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상표법 제57조의 3의 ‘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의 존부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대법원은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상표법 제57조의 3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이하, ‘선사용권’이라 한다)를 판단대상으로 하여, 심결을 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선사용권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표권의 범위에 대하여 판시하였다.
선사용권이란 2007년 상표법 개정시(법률 8190호,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 상표법 제57조의 3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선사용권이란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자로서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 출원 전부터 계속하여 사용하고, 그 결과 타인의 상표등록출원시에 국내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 요건을 갖춘 자가 해당상표를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계속하여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결국 이번 판결은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피청구인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는 상표권자에 맞서 자신이 선사용권자임을 주장하는 경우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은 이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당사자이자 등록상표 “”(이하, ‘등록상표’라 함)의 상표권자인 갑이 을을 상대로 을이 사용하는 표장 “”(이하, ‘확인대상표장’이라 함)가 등록상표 권리범위에 속한다며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을은 본 건 심판절차에서 상표법 제57조의 3의 선사용권을 주장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을이 부정경쟁의 목적없이 등록상표의 출원일 이전부터 사용하여 을의 식별표지로 알려졌으므로, 등록상표와 확인대상표장이 유사하기는 하나 선사용권을 인정하여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며 기각심결을 하였다.
이에 갑이 특허법원에 불복하였으며, 특허법원은 동일한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으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본 건에서 “상표권의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심판청구인이 그 청구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표장에 대하여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권리확정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심결이 확정된 경우 심판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친다. 그런데 적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청구의 상대방이 확인대상표장에 관하여 상표법 제57조의3의 ‘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이하 ‘선사용권’이라고 한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인적(대인적)인 상표권 행사의 제한사유일 뿐이어서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권리확정과는 무관하므로, 상표권 침해소송이 아닌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선사용권의 존부에 대해서까지 심리ㆍ판단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여,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선사용권의 존부에 대해서 판단할 수 없으며,
“상표법 제57조의3의 ‘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는 2007. 7. 1. 전에 출원ㆍ등록된 등록상표에 대해서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도 판시하여 선사용권의 적용 대상 상표권의 범위에 대해서도 명시하였다.
3. 본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상표법 제75조의 권리범위확인 심판이 상표자체의 기술적 범위를 확인하는 사실확정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등록상표권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권리확정을 목적으로 하나 대인적 관계에서 등록상표권의 침해여부를 직접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는 기존의 입장과 동일한 관점에서 판시하였다. 즉, 권리범위확인 심판은 등록상표와 확인대상표장 간에 유사여부 및 상표법 제51조(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의 적용여부 등과 같이 본 심결이 확정될 경우 대세적 효력이 발생하여 해당 심결의 효력이 제3자에게도 미치게 되므로 그러한 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것이지 본 판결에서처럼 선사용권이나 진정상품 병행수입으로서 허용되는 지 여부(특허법원 2002.11.7. 선고 2002호4545판결)와 같이 주관적 범위까지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상표권의 침해여부는 민사소송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개정법 부칙의 선사용권의 대상이 되는 것은 타인의 등록상표가 개정법의 시행일인 2007년 7월 1일 이후 최초로 출원한 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명확히 한 의의가 있다.
결과적으로, 본 건 대법원 판결은 2007년에 개정되어 상표법상 인정된 법정통상사용권제도가 침해소송에서 다룰 문제임을 명확히 하고, 선사용권의 적용대상을 명확히 한 것에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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