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행사

IP NEWS

유명 브랜드 가방, 지갑 리폼 행위에 대한 소진이론 적용 여부 – 대법원 2024다311181 상표권침해금지 등
변리사 김지수

소진이론에 따르면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하는 행위 등에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상표권이 소진된 상품에 관하여도,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여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소진이론의 예외가 적용되어 상표 침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은 확립된 판례의 태도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원래의 상품과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한 ‘리폼 행위’에 대하여, 리폼 제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오직 개인적 용도로 사용되는 한, 리폼 과정에서 이루어진 상표 표시 행위 등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표권의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대하여 이하에서 알아본다. 

1. 사안의 배경사실 및 경과
원고는 핸드백, 지갑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등록상표들은 1896년경 창안된 이래 원고의 가방, 지갑 등 상품에 사용되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게 된 소위 ‘명품 브랜드’ 상표에 해당한다. 
피고는 가방, 지갑 등의 수선 및 제작업을 영위하는 자(‘리폼업자’)로서, 2017년경부터 2021년경까지 등록상표가 외부에 프린트되어 있는 원고 가방을 가방 소유자로부터 건네받아, 이를 해체, 분해하고 그 원단이나 부품 등을 원자재로 이용하여 개수, 크기, 용적, 모양, 형태, 기능 등이 다른 가방과 지갑(‘이 사건 리폼 제품’)을 제작하여 기존의 가방 소유자에게 인도하였다.
1심, 2심에서, 법원은 피고에 대하여 상표의 침해를 인정하였다. 이 사건 리폼 제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서 상표법 제2조 소정의 ‘상품’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며,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가공하여 신상품을 생산하고 등록상표를 그 신상품에 표시하였으므로, 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아 등록상표를 상표로 사용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상품의 가공을 업무로 하는 자인 피고가 타인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원고의 상품을 리폼하면서 원고의 등록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자신이 하는 ‘업무에 관련된 상품’이고 그 무단표시는 ‘업무와 관련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행위에는 상표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의 상표권 침해를 부인하여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법원 판결 내용
대법원은 리폼업자가 소유자로부터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리폼 요청을 받아 그에 따른 리폼 행위를 하고 리폼 제품을 소유자에게 반환한 경우 리폼업자가 리폼 제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등은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이 리폼 행위를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으로 보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ⅰ) 리폼의 정도가 리폼 전 제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상표권 소진 원칙은 적용되지 않으나, 리폼 제품이 상거래에 제공되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리폼 과정에서 이루어진 상표 표시 행위 등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리폼 전 제품을 리폼 제품으로 변형·가공하는 일련의 리폼 행위 역시 소유권 행사의 자유로서 정당화될 수 있다.

 ⅱ)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한 소유자의 리폼 행위를 허용하는 이상, 이를 소유자가 스스로 리폼 행위를 하는 경우로만 한정할 이유가 없다. 리폼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동, 전문성과 기술력이 요구되어 소유자가 스스로 리폼 행위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소유자가 스스로 하는 리폼 행위만 허용하고 제3자를 통한 리폼 행위는 금지한다면, 소유자에게 허용된 리폼 행위의 자유는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선언에 그칠 우려가 있다.

 ⅲ)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요청에 따른 리폼업자의 리폼 행위가 비록 업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소유자가 리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결과물 역시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영역으로 귀속된다. 소유자와 리폼업자 사이의 거래는 거래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거래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영역으로 흡수되는 거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리폼업자의 리폼 행위라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여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실질적으로는 리폼업자가 일련의 리폼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이를 자신의 제품으로서 상거래에 제공하여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리폼업자의 리폼 행위에 수반되어 이루어진 상표 표시 행위 등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여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소유자의 리폼 요청 경위와 내용, 리폼 제품의 목적, 형태, 개수 등에 관한 최종적 의사 결정의 주체, 리폼업자가 수령한 대가의 성격, 리폼 제품에 제공된 재료의 출처, 그 재료가 리폼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상거래에 제공하여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할 목적으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에 대한 리폼 행위를 요청하는 등 상표권 침해행위를 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리폼업자가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행위에 관여하였다면, 그는 상표권 침해에 따른 공동의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3. 시사점
대법원 판례는 리폼업자에 의해 이루어진 가방, 지갑 등의 리폼 행위에 있어 설령 상품의 가공의 정도가 동일성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리폼 제품이 거래시장에 유통하기 위함이 아닌 가방, 지갑의 소유자의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이를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 아닌 것으로 보아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소유자의 요청에 따른 리폼업자의 리폼 행위가 비록 대가를 받고 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리폼 행위를 하는 경우라면, 그 결과물 역시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영역으로 귀속한다는 판단기준을 정립하였다. 
본 대법원의 판례는 동일성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 것이라면 소진이론의 예외가 적용된다고 보아왔던 기존의 소진이론에서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동일성을 넘어선 가공행위가 이루어졌더라도 오직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거나, 개인적 사용 영역에 귀속할 수 있는 범위의 행위라면 이를 여전히 소유권의 행사 범위 내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례는 리폼 요청 내용, 제품의 목적, 리폼 제품에 제공된 재료의 출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리폼 제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리폼업자의 리폼 행위에서 이루어진 상표 표시 행위에 대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상표권 침해행위를 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리폼업자가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행위에 관여하였다면 상표권 침해 성립 또는 상표권 침해에 따른 공동 법적 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이해하여 설령 유사한 사안에 해당하더라도 리폼 행위의 주문 과정 및 목적, 가공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상표권의 침해 해당여부가 결정되어야 함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