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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배경 및 특허 전략의 개념】
1. 배경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 & Co.)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암세포의 면역 회피 기전을 무력화하는 PD-1 억제제로, 현재 19개 이상의 종양 적응증에 사용되며 현재 단일 품목 세계 1위의 상업적 의약품으로 군림하고 있다. 키트루다를 보호하는 핵심 원천 물질 특허는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2028년에 만료될 예정이다.
막대한 잠재적 매출의 급감을 방어하기 위해 오리지널 제약사는 핵심 물질 특허 만료 이후에도 후발 업체의 진입을 지연시키기 위한 고도화된 수명 연장, 이른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전개한다. 머크는 키트루다 최초 승인 이후 전 세계에 다수의 후속 특허를 출원하여 미국 내 독점권을 최소 2042년까지 연장할 수 있는 거대한 특허 방벽을 구축하였다.
제형의 변경, 용법 및 용량의 조절, 2차 병용 요법 특허의 병렬적 출원을 통한 이른바 특허 방벽 구축이 혁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인지, 의료 접근성을 저해하는 시장 왜곡인지에 대한 논쟁이 국제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2.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
제약산업에서 에버그리닝이란 오리지널 신약의 물질특허 또는 핵심 특허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동일한 유효성분을 전제로 제형, 투여경로, 용법·용량, 병용요법, 적응증 등을 새롭게 권리화하여 실질적인 독점기간을 연장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이 언제나 부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개량발명이 환자 편의성, 복약순응도, 안전성 또는 제조 효율성에 실질적인 개선을 제공한다면 일정한 특허보호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2021년 USPTO(미국특허청)에 보낸 서한에서, post-approval changes(허가 후 변경)에 대한 특허출원이 경우에 따라 에버그리닝으로 기능하여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부당하게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3. 특허 방벽(Patent Thicket) 전략
특허 방벽이란 하나의 의약품을 둘러싸고 다수의 후속 특허가 중첩·병렬적으로 축적되어 경쟁사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FDA는 계속출원(continuation application)이 동일 제품의 여러 측면에 대한 다수 특허를 형성하여 특허 방벽을 만들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승인 또는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는 실제 출시가 특허소송으로 늦춰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지연은 특허 방벽에 의한 소송비용·불확실성·시간지연이 경쟁제한 효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주요 쟁점】
1. 제형 변경 메커니즘과 특허법적 진보성의 딜레마
단일클론항체(mAb)인 펨브롤리주맙을 기존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한 투여 경로 변경을 넘어선 고도의 제제 공학적 기술이다. 머크가 개발한 피하주사 제형 '키트루다 클렉스(MK-3475A)'는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 보조 효소 기술을 결합하여 대용량 항체 치료제의 투여 한계를 극복했다. 이 효소는 피하 조직의 세포외 기질을 가역적으로 분해하여 약물이 전신 순환계로 원활하게 흡수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30분 이상 소요되던 투여 시간을 수 분 내로 단축하여 임상적 가치를 창출하였다.
피하주사 제형이 임상적 편익을 제공하더라도, 특허가 부여되기 위해서는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쉽게 도출할 수 없는 진보성을 갖추어야 한다. 항체 치료제에 히알루로니다제를 결합하는 접근법 자체는 선행 바이오의약품에서 이미 성공한 바 있으므로, 특허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합으로부터 파생된 예측하기 어려운 효과(Unexpected Results)를 입증해야 한다. 머크는 하기 효과들을 핵심 근거로 활용하여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다수의 후속 특허를 성공적으로 등록받았다.
| 입증 요소 |
예측 불가능한 기술적 성과 |
| 약동학적(PK) 안정성 |
45°C 가혹 조건에서도 단백질 응집을 방지하고 효소 활성 및 단량체 순도를 유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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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체이용률 시너지 |
IV 제형 대비 기하평균비율 하한선이 비열등성 임계치(0.8)를 크게 상회하는 흡수 동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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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작용 극복 |
새로운 이종 단백질 투여에도 치명적 면역 이상반응 없이 SC 제형 객관적 반응률(ORR) 45%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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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용법 및 용량 변경 특허의 한계
오리지널 의약품의 라이프사이클 연장을 위한 또 다른 강력한 수단은 투여 용법 및 용량의 최적화이다. 머크는 초기의 체중 기반 용량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환자에게 일괄 투여하는 고정 용량 전략(200mg/3주 또는 400mg/6주)으로 허가를 확대하였다.
새로운 용량이나 주기로의 변경이 특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통상적 최적화'의 범주를 넘어서야 한다. 미국 연방항소법원(CAFC)의 ImmunoGen v. Stewart 판례는 용법·용량 특허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 부작용 완화를 위해 투여량을 조절하려는 동기는 당업자에게 자명한 시도임
- 체중 지표를 약물 투여 설계에 활용하는 것은 널리 쓰이는 일반적 기법임
- 특정 용량이 기존 치료 대비 극단적 상승이나 부작용 소멸 등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단순 파라미터 조정에 불과함
키트루다의 고정 용량 요법 역시 기존 요법과 유사한 체내 약물 노출 패턴을 증명하는 데 그친다면 진보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사안의 의의 및 시사점】
본 사안의 의의는 제약산업에서 개량발명 보호가 필요한 영역과 독점연장 전략으로 경계해야 할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이다.
후속 제형이 실제로 환자 편의와 진료현장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일정한 권리보호는 정당화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그 보호범위가 과도하게 넓고, 실시예와 데이터가 부족하며, 예상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2차 특허가 누적된다면, 특허제도는 혁신 보상 장치가 아니라 경쟁지연 장치로 변질될 위험이 큰 제도이기도 하다.
정책적 시사점도 명확하다. 첫째, 2차 의약특허의 심사는 진보성뿐 아니라 명세서 기재충실성, 청구범위의 과잉성, 임상적 의미의 실질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영역이다. 둘째, 바이오시밀러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허가절차의 신속화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특허맵의 투명성 제고, 조기 무효심판이나 IPR 등 도전수단의 실효성 강화, Product Hopping1 에 대한 경쟁법적 감시가 병행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셋째, 산업 차원에서 오리지널 제약사는 진정한 환자 중심 개선과 독점 연장용 설계변경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 규율을 갖추어야 하고, 후발업체는 원천특허 만료 시점이 아니라 후속 특허 전체를 겨냥한 장기 분쟁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여야 한다.
공중보건 측면의 시사점 역시 크다. FDA는 바이오시밀러가 치료비를 낮추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키트루다 사안은 한 기업의 공격적 권리관리만을 비판하는 문제가 아니라, 원천특허 만료 이후의 경쟁을 얼마나 원활하게 설계할 것인지, 그리고 특허가 진정한 혁신만을 보상하도록 제도를 어떻게 정교화할 것인지에 관한 구조적 질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다. 향후 의약특허 제도의 정당성은 모든 개량을 보호하는 체제가 아니라 “의미 있는 개량만을 선별하여 보호하는 체제”를 설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1 Product Hopping이란 의약품 특허권자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을 남용하여 특허만료가 임박한 시기에 브랜드 의약품을 시장에서 철수시키고 제네릭 대체가 불가능한 개량신약, 즉 유사 의약품을 출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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