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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발명의 명세서 기재요건(용이실시요건) 및 실험 데이터의 필요성 –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후10658 판결 【등록무효(특)】
변리사 손철

【사건의 개요】
  본 사건은 “발사르탄과 사쿠비트릴을 포함하는 초분자 복합체”에 관한 특허(특허 제1549318호)에 대한 무효심판 및 소송과 관련된다. 특허심판원은 정정을 통한 진보성은 인정하였으나, 용이실시요건을 인정할 수 없음을 이유로 등록 무효 심결하였다. 이후 특허법원도 동일한 논리로 등록 무효를 판결하였으며,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 사건이다.

【화학발명에서의 명세서 기재요건(용이실시요건) 판단기준】
1. 명세서 기재요건 - 용이실시요건(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을 통상의 기술자가 그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해당 기술분야의 제3자가 명세서만으로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하여 특허권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기술적 내용과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2. 용이실시요건 판단기준
 1) 일반적인 판단기준
용이실시요건의 일반적인 판단기준은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시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도 명세서의 기재에 의하여 당해 발명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재현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3후2072 판결,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1후10886 판결 등 참조).
 2) 화학발명 판단기준
이른바 실험의 과학이라 불리는 화학발명의 경우, 발명의 내용과 기술 수준에 따라 예측가능성이나 실현가능성이 현저히 부족하여 실험데이터가 제시된 실험예가 기재되지 않으면 통상의 기술자가 그 발명의 효과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용이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후65 판결 등 참조). 

【사실관계 정리 및 법리 적용】
1. 사실관계
이 사건 특허의 제1항 발명은 제약 활성제인 '발사르탄'과 '사쿠비트릴'이 나트륨 양이온, 물 분자와 비공유 상호작용을 통해 회합된 고체 형태의 초분자 복합체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명세서에는 청구범위에서 제외된 '결정질 형태의 2.5수화물 초분자 복합체'에 대한 실험예나 형태에 대한 기재만 있을 뿐, 정작 제1항에서 권리범위로 청구하고 있는 ‘그 외의 다양한 고체 형태(결정질, 부분 결정질, 무정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시예는 존재하지 않았다.

2. 법리 적용 - 용이실시요건 충족 여부(소극)
대법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이 용이실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이유를 요약하여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실험예의 부재, 형성 원리 및 데이터 미비
이 사건 특허의 명세서에는 청구범위에서 제외된 '2.5수화물 초분자 복합체'나 다른 프로드러그 형태에 대한 실험예만 기재되어 있을 뿐, 정작 제1항 발명에서 권리로 청구하고 있는(2.5수화물을 제외한) 다른 형태의 초분자 복합체에 대한 구체적인 실시예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명세서에는 발사르탄과 사쿠비트릴이 초분자 복합체를 형성하는 원리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며, 구성요소 간의 비공유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기술적 내용도 부족하다.
 2) 예측가능성 부족
2.5수화물 초분자 복합체는 특정 비율(1:1:3:2.5)로 화합된 화학양론적 수화물이다. 통상의 기술자로서는 물 분자의 개수를 달리하거나 물 분자가 없는 경우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초분자 복합체가 형성될 수 있는지, 형성된다면 어떤 구조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3) 재현의 곤란성
통상의 기술자가 우선권 주장일 당시는 물론 변론종결 시까지의 기술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명세서의 기재만으로는 어떤 화학물질이 초분자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는 제1항 발명의 화합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3. 소결
대법원은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제3항 내지 제11항) 발명은 모두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명세서 기재요건(용이실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설시하였으며, 이를 이유로 특허를 무효로 한 원심의 판단을 확정하였다.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화학발명에 있어 '용이실시요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이다. 특히, 출원인이 권리로 확보하고자 하는 범위가 광범위한 반면, 명세서에 제시된 구체적인 실시예나 이론적 뒷받침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통상의 기술자가 과도한 시행착오 없이 발명을 재현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단순히 이론적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며, 청구항에 기재된 물질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데이터나 형성 원리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수적임을 명확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