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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포장 디자인의 법적 보호 가능성 및 부정경쟁 행위 판단 기준 - 서울고등법원 2025. 8. 21. 선고 2024나2052176 부정경쟁행위금지(항소심)
변리사 이경숙


1. 사건의 개요
원고(A사)는 1992년부터 ‘C’라는 멜론 맛 아이스크림 제품을 제조·판매해 온 회사로, 해당 제품의 포장에 연녹색 바탕색과 특정한 디자인 요소를 일관되게 사용해 왔다. 피고(B사)는 2014년경 ‘D’라는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출시하며, 원고의 제품 포장과 유사한 색상과 디자인을 사용하였다.

A사 제품 포장 (이 사건 포장)

B사 제품 포장 (피고 포장)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상품표지에 해당하는 이 사건 포장을 모방한 것으로, i) 소비자에게 상품 출처의 오인 혼동을 초래하고(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ii) 이 사건 포장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며(동법 제2조 제1호 (다)목), iii) 원고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의 성과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동법 제2조 제1호 (파)목)을 주장하며 피고의 제품 포장 사용 금지 및 해당 포장의 폐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판결의 요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9.6. 선고 2023가합72583 판결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1심 법원은 ‘과일 맛 제품의 특성상 해당 과일의 색을 포장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연녹색을 멜론 맛 아이스크림 포장에 사용하는 것은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이 사건 포장의 제품명 강조 방식, 포장형태, 디자인적 요소(제품명 배치, 과일 이미지 배치, 영어 문구, 줄무늬 등)들은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이 사건 포장의 이미지 자체만으로 특정 출처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렸다.

2.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가. 이 사건 포장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표지’인지 여부
법원은 연녹색 바탕, 중앙의 굵은 글씨의 제품명(검은 글자·흰색 외곽선), 좌우의 과일·제품 사진, 제품명 아래의 영문 문구와 노란 줄무늬 등 개별 요소만 떼어 보면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에 속하나, 그 개별요소들이 종합된 이미지가 일체로서 특징적인 인상을 형성해왔다고 보았다. 
특히, ▲2004년경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포장의 상기 개별요소들이 포함된 포장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점, ▲2014년 이후 10년 이상 현 포장을 유지한 점, ▲경쟁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조합의 포장이 보이지 않는 점, ▲매출·수상·협업·광고를 통해 이 사건 포장의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노출된 점, ▲2,000명 대상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이 사건 포장의 높은 인지도·연상 결과가 확인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포장은 그 전체로서 현저하게 개별화된 상품표지로 국내에 널리 인식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상품표지의 유사 여부
법원은 양 포장 사이에 제품명·상호의 표기, 바탕색의 톤감, 좌우 이미지의 세부 배치, 서체 및 노란 줄무늬 위치 등에 있어 미세한 차이가 있음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 포장의 바탕색이 이 사건 포장의 연녹색 계열의 바탕색과 상당히 유사하고, ▲직사각형 포장의 긴 면 중앙에 세 글자의 제품명을 크게 두고, 좌우에 과일 이미지를 배치한 구성이 공통되며, ▲양 상품의 제품명의 첫 글자와 전체 글자수가 동일하고 굵은 검은색 글씨에 흰색 테두리를 사용한 인상이 유사하며, ▲첫 글자의 파란색 사각형 배치도 동일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일반 수요자의 관점에서 전체적인 외관이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상품 주체의 혼동가능성 여부
법원은 바(bar)형 아이스크림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소비자가 여러 제품이 한꺼번에 진열된 냉동고에서 포장의 전체적 인상에 의존하여 구매하기 쉬운 거래 실정에 놓여 있다고 보았다. 또한 ▲실제 온라인 후기에서 피고 제품을 이 사건 제품으로 오인, 구매한 사례가 다수 확인되는 점, ▲이 사건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9.2%가 '포장지 전반적인 구성의 유사성' 등으로 인해 양 제품을 혼동하거나 같은 회사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점 등을 근거로, 일반 수요자 입장에서 피고 제품을 원고 제품과 동일 출처 또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제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라. 결론 
법원은 위와 같은 가), 나), 다)의 판단을 종합하여, 피고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의 상품표지(이 사건 포장)와 유사한 포장을 사용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 주체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으며,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해당 포장(피고 포장)을 사용하거나 이를 사용한 아이스크림 제품을 제조, 판매, 수출 등을 하여서는 아니되며, 보관 중인 해당 포장을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

3. 시사점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식품 업계에 만연했던 따라하기 전략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했다. 포장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가 흔하더라도 그것이 결합된 '전체적인 종합 이미지'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이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투자와 노력을 통해 획득한 차별적 이미지가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이번 판결은 디자인이나 상표권만으로 막기 어려웠던 모방 행위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 범위를 확장했으며, 향후 기업들이 R&D 투자를 통한 브랜드 독창성 확보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