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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가. A사는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제과류 전문 무역회사로, 독일의 유명 제과 브랜드 하리보(HARIBO)의 글로벌 유통 및 수출 업무를 담당하며, 1997년에 설립되어 하리보의 곰 모양 젤리인 '골드베렌(Goldbären)'을 포함한 젤리 및 캔디류를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A사는 2016년 곰 젤리의 입체 형상을 국내에 입체상표로 등록했다.

나. A사는 2022년 9월경 B사를 포함하여 국내에서 곰 젤리를 유통하는 업체들에게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다. B사는 젤리, 캔디, 초콜릿 등으로 구성된 CONFECTIONERY STORE 브랜드 ‘위니비니(Weeny Beeny)’를 운영하는 국내 식품회사로, 자사에서 판매하는 곰 모양 젤리 제품이 A사의 등록상표 권리 범위에 포함되지 않음을 확인받기 위해, 2023년 특허심판원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라. 심판청구인인 B사는 확인대상표장(B사 제품)인 곰 모양 젤리가 단순한 젤리의 일반적인 형상으로, 디자인적 사용에 불과하며, 상품의 형상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여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 A사는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상품의 동일성, 사용 형태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확인대상표장(B사 제품)은 상표로서 사용된 것이며, 등록상표와 유사하므로 권리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등록상표는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였고, 확인대상표장은 젤리의 일반적인 형상으로 보기 어려워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상표권 효력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2. 특허심판원 및 특허법원의 판단, 대법원 상고
가. 특허심판원(2023당831) → 기각 심결 (B사의 젤리는 A사의 등록권리범위에 속함)
특허심판원은 A사의 등록입체상표와 B사의 확인대상표장이 모두 곰 모양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팔과 다리의 위치, 얼굴의 비중 등에서 외관상 유사하다고 판단하였다.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이들 표장을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전체적으로 관찰할 경우, 세부 차이보다는 지배적인 인상이나 모티브를 기준으로 기억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양 표장은 유사한 인상을 준다고 보았다.
또한, A사의 등록상표는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한 입체상표이며, B사의 확인대상표장 역시 자타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한 상표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해당 표장은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2호(상품의 보통명칭·형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특허심판원은 B사의 표장이 단순히 디자인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타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한 상표로 사용된 경우에는 상표로서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특히, B사의 확인대상표장은 A사의 등록상표와 외관상 모티브 및 지배적인 인상에서 매우 유사하며, 해당 제품이 별도의 포장 없이 ‘유기농 곰모양 구미’로 광고, 판매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B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기각 심결을 내렸다.
나. 특허법원(2024허12388) → 인용 판결 (심결 위법, B사의 젤리는 A사의 등록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음)
반면, 특허법원은 원고(B사)의 제품이 다양한 형태의 젤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별도의 표장( , )이 부착된 포장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특히, B사는 젤리의 “모양”을 직접 표기하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젤리를 구분하고 있는 점, A사의 등록상표 출원 이전부터 국내 시장에는 다수의 업체들이 곰 모양 젤리 제품을 유통해 왔으며, 각 제품에는 고유의 문자상표가 표시되어 자타상품 식별이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였다. 또한, 피고(HARIBO) 역시 다양한 젤리를 판매하며 모든 제품에 “ ”라는 문자상표를 함께 사용해온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일반 수요자가 곰 모양 젤리 자체를 피고(HARIBO)의 출처로 인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확인대상표장인 곰 모양 젤리는 단순히 디자인 요소로 사용된 것이며, 상표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특허법원은 A사의 등록입체상표와 B사의 확인대상표장이 모두 곰의 형상을 표현한 점은 인정하나, 등록상표의 권리범위는 단순한 '곰 모양 젤리'라는 모티프 일반이 아닌 입체상표의 구체적 표현방식에 한정된다고 보았다. 양 표장은 곰의 형상, 귀, 팔, 다리 위치 등 일부 공통점이 있으나, 전체적인 형태의 표현정도, 표정, 자세, 윤곽선, 배의 무늬 등에서 차이가 존재하여 외관상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두 표장이 모두 ‘곰 모양 젤리’ 등으로 호칭, 관념될 수는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통칭에 불과하므로 호칭, 관념의 유사성만으로 상표 전체가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결국,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이 위법하다고 보아 이를 취소하고, B사의 확인대상표장은 A사의 등록상표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심결취소소송에 대한 인용 판결을 내렸다.
현재 A사는 해당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이다.
3. 본 판결의 시사점
본 판결은 확인대상표장이 상표로서 사용되었는지 여부와 입체상표(3차원적인 입체 형상 자체 또는 입체 형상에 기호·문자 등이 결합된 형태)의 권리범위가 쟁점이 된 사안으로,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선, 입체상표의 유사 여부 판단은 단순히 모티프나 형상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세부적인 구성 요소 및 구체적인 표현 방식이 유사한 경우에 한해 유사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상품의 출처에 관한 오인, 혼동 가능성 판단에 있어, 단순한 형상 유사 여부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실태 전반(포장 형태, 판매 방식, 별도의 문자상표 표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편, 본 사안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 상반된 판단을 내린 사안으로, 현재 대법원에 상고되어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향후 대법원의 판결은 입체상표의 권리범위 해석과 관련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그 법리적 판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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