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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공존동의제도 소개
변리사 최유진

1. 서론
상표법은 상품과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여 소비자 혼동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서로 다른 주체가 채택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로 인해 상표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선등록(선출원)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후출원 상표는 원칙적으로 등록을 거절하는 방식이 채택되어 왔다. 그러나 시장이 복잡해지고 상표권자 간 이해관계가 다양해지면서 상표권자 간 합의에 기반한 상표 공존동의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2. 상표 공존동의제도의 의의
상표 공존동의제도란, 선등록 상표권자가 후출원 상표의 등록이나 사용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면 원칙적인 거절 이유가 있더라도 예외적으로 등록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는 상표권자 간 협의를 통해 불필요한 권리 분쟁을 막고, 공존 가능한 상표의 등록을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다.

3. 한국의 상표 공존동의제도 도입 및 주요 내용
과거 한국에는 상표 공존동의가 인정되지 않아 상표권자 간 합의가 있더라도 우회적 방법으로 유사 상표를 등록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2024년 상표법 개정으로 상표 공존동의제도가 공식 도입되었다. 

(1) 주요 내용 
선등록 상표권자의 동의가 있으면 동의 범위 내에서 후출원 상표의 등록을 허용한다(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단서, 제35조 제6항).  

(2) 공존동의서 제출 요건
가. 시기적 요건
- 공존동의서는 출원서 또는 의견서에 첨부하여 제출이 가능하다(상표법 시행규칙 제26조의 2①). 
- 출원서 또는 의견서 제출 시 공존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했거나 보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출원공고 결정 전후의 보정 가능 기간(상표법 제40조, 제41조 참조) 내에 보정서와 함께 제출할 수 있다(상표법 시행규칙 제26조의 2②). 

나. 실체적 요건
- 공존동의서에는 후출원 상표의 출원인 및 선등록 상표권자의 성명(법인명), 서명 또는 날인, 특허고객번호, 등록(출원)번호, 공존동의를 받는 출원상표의 지정상품, 등록원부 반영사항 확인, 동의일자 등의 필수 기재사항이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다. 공존동의 대상 
- 후출원 상표의 지정상품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공존동의가 가능하다. 
- 공존동의와 관련된 등록(출원)건이 다수인 경우 다수의 등록(출원)번호를 기재할 수 있으며, 각 건 별로 지정상품의 범위를 달리하여 기재할 수 있다. 

(3) 공존동의서의 효과
- 종전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선등록(선출원) 상표가 존재하는 경우, 권리자 간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후출원상표의 등록이 일률적으로 거절되었으나, 공존동의제도 도입 후에는 권리자 간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심사관이 실제 소비자 혼동 우려 등을 판단하여 최종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 선등록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아 등록되는 후출원 상표는 일반적인 등록상표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 
- 공존동의에 의해 등록된 상표권의 존속기간을 갱신하는 경우 공존동의서를 다시 제출할 필요가 없다. 
- 후출원상표가 등록된 이후, 동일·유사한 상표를 선등록 상표권자가 출원하는 경우에는 후출원상표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공존동의 협의 시에 미리 이에 대한 합의를 해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선등록상표 및 선등록 상표권자의 동의에 의해 등록되는 출원상표 모두 등록원부에 공존동의와 관련된 상표임이 표기되며, 관련 등록번호도 함께 표기된다. 다만, 그 이후의 변동사항은 반영되지 않는다. 

(4) 공존동의 관련 조항
- 공존동의서를 보정서에 첨부하여 제출하는 경우 요지변경이 아닌 것으로 본다(상표법 시행규칙 제33조 제5호).
- 상표 공존동의에 의해 등록된 상표의 권리자 또는 그 상표등록에 대한 동의를 한 자 중 1인이 자기의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부정경쟁을 목적으로 자기의 등록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자에게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타인의 업무와 관련된 상품과 혼동을 불러일으키게 한 경우에는 그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되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5호의 2). 

(5) 공존동의서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 기한, 지역의 제한, 법률효과의 일부 배제 등의 조건이 있는 공존동의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특허청에서는 당사자 간의 계약 내용까지는 관여하지 않으므로 계약서에 조건을 기재할 수는 있다. 
- ‘향후 출원되는 상표 일체에 대한 동의’ 등 포괄적 공존동의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 표장이 동일하면서 지정상품이 동일한 상표는 선등록 상표권자 본인도 등록받을 수 없는 상표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공존동의서는 인정되지 않는다(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단서 참조). 
-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 및 제35조 제1항(선출원상표)이 아닌 타 거절이유에는 공존동의서가 인정되지 않는다. 
-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지리적표시) 증명표장, 업무표장 출원은 표장의 특성상 양도 및 사용권 설정 등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등 공존동의의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공존동의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4. 공존동의제도의 위험요소
상표 공존동의는 상표권자 간 합의일 뿐, 소비자 혼동을 완전히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또한, 공존동의서가 금전적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무분별한 상표등록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 안전장치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5. 주요 외국의 공존동의제도
미국의 경우 상표권자 간 공존동의서를 제출하는 경우 등록 허용이 가능하다. 다만, 심사관은 실제 소비자 혼동 가능성에 대해 독자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유사한 선행상표의 존재는 상대적 거절 이유이므로, 선등록 상표권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등록이 자동으로 거절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존동의서 제출이 필수는 아니나, 실무적으로는 분쟁 예방과 권리관계의 명확화를 위해 자주 활용된다. 다만, 공존동의서가 제출되었더라도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명백하다면 등록이 거절될 수도 있다.  
중국의 경우 공존동의서가 법적 근거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실무상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다만, 동일하거나 극히 유사한 상표 및 상품인 경우 소비자 혼동 가능성 및 공익 보호 측면에서 등록이 제한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전에는 유사한 선등록 상표가 있으면 당사자 간 합의가 있더라도 ‘양도 후 재양도’ 방식 등으로 우회 등록을 해야 했으나, 2024년 4월 1일 시행된 상표법 개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존동의제도를 도입하였다. 또한, 개정법에서는 소비자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한 쪽의 상표권자가 상대방에게 혼동방지표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였다. 

6. 결론
한국의 상표 공존동의제도의 도입은 상표권자 간 자율적 권리조정과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긍정적 변화로 판단된다. 그러나 향후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고 소비자 혼동 방지를 위한 세부적 기준 마련과 심사례 축적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