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가 ‘자신의 상품이나 영업을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구별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표지’로서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 상표법은 ‘식별력이 있을 것’을 상표권의 등록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식별력’이란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상표를 표시한 상품이 누구의 상품인가를 알 수 있도록 인식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상표법은 상표등록요건으로 식별력이 없는 상표의 유형을 7가지로 나열하고 이를 제외한 상표는 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별력이 없는 상표 유형 중에는 ‘지역명칭’과 연관된 유형들이 있으며, 여기에는 상품의 ‘산지’를 표시하는 상표와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상표가 있다.
상품의 ‘산지’란, 해당 지역의 기후, 토양 등의 지리적 조건 등과 관련하여 상품의 특성을 직감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상표심사기준 상에서는 ‘인삼’- ‘금산인삼’, ‘강화인삼’, ‘사과’- ‘대구사과’, ‘충주사과’, ‘모시’- ‘한산모시’, ‘오징어’- ‘울릉도오징어’, ‘굴비’- ‘영광굴비’가 대표적인 산지 명칭 사례로 소개되어 있으며, ‘식당업’- ‘청진동해장국’, ‘마산아구찜’, ‘이동갈비’, ‘춘천막국수 닭갈비’와 같이 서비스업에 관해서도 특정 지역과 관련이 있으면 산지 명칭에 해당한다. 산지 표시의 경우, 거래사회에서 상품이 생산된 곳을 표시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고, 상품이 생산되는 산지명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경우 공익에 위배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상표 등록이 불허된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국가명, 국내의 특별시, 광역시, 또는 도의 명칭, 저명한 외국의 수도명, 대도시명 그리고 이 외에도 현저하게 알려진 국내외의 고적지, 관광지, 번화가 등의 명칭 등과 이들의 약칭을 말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알려진 지리적 명칭의 특성상 상품의 출처를 식별하는데 한계가 있고, 역시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경우 공익에 위배되는 문제 등의 이유로 상표 등록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바꾸어 생각하면, 상품의 ‘산지’가 아닌, 지리적 명칭과 무관한 상품에 사용되는 지역 명칭 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지역 명칭의 경우에는 상표로서 등록이 가능하다.
지역 명칭의 특성상, 지역 명칭인 ○○동, △△리에서 있는 미용실, 부동산 등의 간판에 ○○ 미용실, △△ 부동산 등이라는 이름을 표시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해당 지역 명칭이 미용업, 부동산업을 지정하여 상표권으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 상표권 침해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서 ‘초월식당’, ‘초월짬뽕’, ‘초월베이커리’ 등을 간판으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상표 “초월”을 ‘간이식당서비스업’등을 지정하여 등록 받은 권리자로부터 상표권 침해 관련 경고장을 받아 간판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상표법은 선의로 지역에서 해당 지역명을 간판으로 사용하는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상표법 제90조의 “상표권 효력제한” 규정과 상표법 제99조의 “선사용권”이 그와 관련된 조항이다. 상표법 제90조에서는 자기의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초월읍 사안에서와 같이 간판에 이름을 거는 행위는 일반 수요자가 그 이름을 보고 상호로 인식하도록 표시한 것에 해당하므로 상표권의 권리행사가 제한되어 상표권 행사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상표권의 출원일 이전에 먼저 해당 상표를 사용한 사람은 다른 요건까지 만족하는 경우 상표권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가 있어 상표법 제99조에서 규정하는 선사용권에 근거하여 대응이 가능하다.
지역 명칭이라는 특성상 산지표시의 기능을 하거나,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위치를 표시하는 등의 이유로 지역 명칭이 아닌 표장으로 구성되는 상표와는 등록과정과 등록 후 권리 행사에 있어 별도의 규정들이 마련되어 있다. 즉, 상표법은 산지표시와 유명한 지역명칭의 등록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인 지역명칭에 대해서는 상표로 등록이 가능한 대신, 등록 이후 권리 행사에 있어서 상표권 효력제한이나 선사용권 등으로 방어하는 방법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표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예외적인 규정이다 보니 그 적용요건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품이나 영업의 출처표지로 사용하고자 하는 지역명칭이 상표적으로 등록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상표권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특정 지리적 명칭이 포함된 상표는 그 특성상 등록된 이후에도 상표권 효력제한 등 검토해야 할 요소가 존재하므로 기업들은 지리적 명칭을 활용한 브랜드를 개발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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