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일부터 유럽단일특허(Unitary Patents, UP)와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s, UPC)이 출범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2013년에 실질적인 유럽의 단일 시장화를 위해 역내에서 자유로운 기술의 이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럽 각국의 지식재산권 제도의 통합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각국의 의견 통합에 어려움을 겪다가 10년 만에 드디어 UP/UPC 제도의 실시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UP/UPC 제도는 유럽 17개국에서 한번에 특허등록이 되고 권리집행도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즉, 17개국이 사실상 1개국으로 간주된다.
1. 유럽단일출원의 개요
유럽단일출원은 기존의 유럽특허청(EPO)을 통한 유럽출원과 병행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유럽 개별국 출원도 가능하다. UP/UPC 비준은 EU 회원국에 한해서만 적용되므로, EU 회원국 중에서 UP/UPC를 비준한 17개국만 단일출원이 가능하다. 단일출원이 등록되는 경우, 17개국에 모두 등록 효력이 발생한다.
단일출원은 기존의 EPO를 통한 유럽출원과 그 방식은 동일하다. 등록시에는 UP/UPC 비준 17개국 모두에 특허 효력이 발생하며, 연차료는 고정되어 17개국에 대해 1년마다 한번에 납부 가능하다. 따라서 등록 후에는 특허 발효를 위한 지정국 지정이 불필요하고 이에 따른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다만, UP/UPC 비준 17개국 중 특정 국가에서의 특허권 포기는 불가능하고, 출원명세서 언어(영어, 불어, 독어) 이외의 EU 회원국의 다른 1개의 언어로 된 명세서 전문 제출에 따른 번역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2023년 6월 1일부터 6년간 실시되며, 자동 번역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만약 유럽 4개국 이상 출원시 UP/UPC 비준국에 해당 4개국이 포함되어 있다면 단일특허출원이 유럽출원에 비해 연차료 납부 면에서 좀 더 저렴한 편이다. 나아가, 동일한 비용으로 단일출원에서는 등록시 나머지 13개국에 특허권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출원보다 유리하다.
2. 통합특허법원의 개요
유럽단일특허제도에서는 유럽단일특허 뿐만 아니라 통합특허법원이 출범한다는 점에서 유럽의 특허출원과 특허권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재로서는 17개 UP/UPC 비준국에 한해 통합특허법원의 관할권이 미치나 장기적으로 통합특허법원은 이를 넘어 EU 회원국에 발효된 특허 관련 소송의 관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통합특허법원은 2심제로서, 1심 법원과 2심의 항소법원으로 이루어진다. 1심 법원은 다시 중앙법원(Central Division), 역내 지법원(Regional Division) 및 국내 지법원(Local Division)으로 나누어진다. 역내 지법원은 스웨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에서의 특허소송을 전담하기 위해 스톡홀름에 마련되었다. 국내 지법원은 13개 도시에 마련되었다. 국내 지법원이 없는 국가, 예를 들면, 몰타 및 룩셈부르크에서의 소송 관할은 중앙 법원에 있다. 중앙 법원은 파리와 뮌헨에 마련되었고, 파리는 IPC 분류로 B(조작, 운수), G(물리), H(전기)를 전담하고, 뮌헨은 F(기계공학)를 전담한다. A(생활필수품, 의약) 및 C(화학)는 런던에서 담당하기로 하였으나 브렉시트로 인해 일단 파리 지부와 뮌헨 지부에서 나누어 담당하고 추후 헤이그 또는 밀란에 3번째 지부를 설치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 법원은 무효 소송을 전담하고, 역내 지법원/국내 지법원은 침해 소송을 전담한다. 항소법원은 룩셈부르크에 마련되었다. 재판부는 사건별로 국적을 고려하여 구성되는데 1심 법원의 재판부는 2명의 일반 판사와 1명의 기술 판사로 이루어지고, 주심 판사는 일반 판사 2명 중에서 지정된다. 항소 법원의 재판부는 3명의 일반 판사와 2명의 기술 판사로 이루어지고, 주심 판사는 일반 판사 3명 중에서 지정된다.
통합특허법원은 UP/UPC 비준국 이외에 EU 회원국에 발효된 특허권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행사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통합특허법원의 활성화를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선례를 만들어 특허권자가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기 전까지는 EU 회원국에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 개별국가법원과 통합특허법원의 관할권을 병행해서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통합특허법원을 통해 많은 판례들이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유럽의 특허소송 시스템이 통합특허법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더 많은 EU 회원국들이 UP/UPC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3. 옵트아웃(opt-out)의 고려
한편, 통합특허법원을 통해 무효소송이 제기되어 해당 특허가 무효되는 경우, 지정국 전체의 특허가 무효로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옵트아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UP/UPC 비준 17개국에서 등록유지 중인 특허들의 관할권은 통합특허법원으로 자동으로 넘어간다. UP/UPC 출범전의 2023년 3월 1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의 사전준비기간(sunrise period) 동안, 특허권자에게 UPC 관할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거부권 즉, 옵트아웃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물론 이 기간이 지나도 옵트아웃은 가능하다.
통합특허법원을 통해 특허무효소송이 제기되어 UP/UPC 비준 17개국 중 한 국가의 특허가 무효가 되는 경우, 패밀리 특허 전체가 무효로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옵트아웃이 필요하다. 옵트아웃을 하면 패밀리 특허는 각국마다 별개의 특허로서 유효하게 존속한다. 즉, 패밀리 특허가 한개의 특허로 취급되지 않으므로, 어느 한 국가의 특허가 무효가 되어도 다른 국가의 특허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영국(EU 비회원국), 스페인(EU 회원국이나 UP/UPC 비준국 아님), 프랑스/독일(EU 및 UP/UPC 비준국)이 각각 발효된 패밀리 특허를 옵트아웃하면 그 효력은 프랑스/독일에만 미치고, 영국과 스페인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특허소송 관할권은 영국과 스페인 각 법원에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
한편, 지정국 지정에 따라 EU 회원국에 발효된 등록특허는 옵트아웃하지 않으면, 유럽 개별국 법원과 UPC의 병행 관할권이 승인된다. 따라서 개별국 법원에서의 특허소송과 UPC에서의 특허소송이 모두 가능하다. 만약, 특허권자가 EU 회원국에 발효된 등록특허에 대해 옵트아웃하면, UPC 관할권의 거부로 개별국 법원에서 특허소송이 진행되며, UPC에서는 단일특허에 대한 특허소송이 진행된다. 만약, 옵트아웃하더라도 1회에 한해 이를 철회(opt back-in)하여 전용 관할권을 UPC로 되돌릴 수 있다.
옵트아웃과는 반대로 옵트인(opt-in)에 해당하는 전환신청도 가능하다. 즉, 사전준비기간 개시일로부터 아직 EPO에 계류중인 유럽출원이 특허결정되는 경우, 신청에 의해 단일특허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출원인은 특허결정통지를 받은 후 EPO에 출원지연을 신청하고 단일특허로 전환할 수 있다. 번역문을 준비하기에는 1개월이 너무 짧아서 실무상 단일특허로의 전환을 원하면 지연 신청이 많이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단, 기존의 유럽등록특허는 옵트아웃 여부에 관계없이 단일특허의 저렴한 비용 혜택을 볼 수 없다. 즉, 단일출원을 통해 단일특허로 등록되거나 계류중인 유럽출원을 신청에 의해 단일 특허로 전환한 경우에 한해 단일특허에 적용되는 저렴한 비용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앞서의 사전준비기간 동안 옵트아웃하지 않고 2023년 6월 1일 이후에 옵트아웃하는 경우, 제3자의 UPC를 통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또는 무효소송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 관할권이 UPC에 고정(locked-in)되므로, 특허권자는 소송 종료전까지 법원을 바꿀 수 없으며 옵트아웃도 불가능하다. 즉, 제3자가 UPC를 이용해 선공격하는 경우, 특허권자가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제3자에게는 옵트아웃하지 않은 특허들에 대항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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