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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발명의 신규성 판단 방법-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7후1304 판결 [등록무효(특)][공2022상,279]
변리사 박찬용

I. 사건의 개요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특허발명에서 구성요소로 특정된 물건의 구성이나 속성이 선행발명에 명시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도 선행발명에 개시된 물건이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이나 속성을 갖는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규성이 부정된다(원칙적 적극). 다만 선행발명에 개시된 물건은 필연적으로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진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적극)’는 취지의 새로운 법리를 설시하였다.
 

II. 신규성 유무 판단 방법

1. 당연하게도 물건의 발명에서 이와 동일한 발명이 그 출원 전에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되었음이 인정되면 그 발명의 신규성은 부정된다.

2. 특허발명에서 구성요소로 특정된 물건의 구성이나 속성이 선행발명에 명시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도 선행발명에 개시된 물건이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이나 속성을 갖는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특허발명이 해당 구성 또는 속성으로 인한 물질의 새로운 용도를 특허의 대상으로 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규성이 부정된다. 이는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당시에 그 구성이나 속성을 인식할 수 없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공지된 물건의 내재된 구성 또는 속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출원일 이후 공지된 자료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3. 한편 선행발명에 개시된 물건이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또는 개연성만으로는 선행발명과 특허발명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고, 필연적으로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진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III. 사실관계 정리 및 법리 적용

1. 사실관계 정리

  특허발명 선행발명
공통점 모두 취성재료 미립자를 상온에서 고속 분사하여 기재 표면에 충돌시킴으로써 미립자를 변형 또는 파쇄하여 제작된 막 형상 구조물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되고, 그 결과 입자간 결합력이 더 높은 복합 구조물이 형성된다.
차이점 결정끼리의 계면에 유리층으로 된 입계층이 존재하지 않는 것 이에 대한 기재가 없음


2. 법리 적용

(1) 이 사건 선행발명은 “에어로졸 디포지션 방법에 의해 형성된 PZT 후막의 미세구조 및 전기적 특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선행발명이 공지된 물건 그 자체일 경우에는 그 물건과 특허발명의 구성을 대비하여 양 발명이 동일한지 판단할 수 있으나, 선행발명이 특정 제조방법에 의해 제작된 물건에 관한 공지된 문헌인 경우 선행발명에 개시된 물건은 그 제조방법에 따라 제조된 물건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선행발명에서 대비대상이 되는 것은 선행발명에 제시된 제조방법에 따라 제조된 막 형상 구조물이고, 선행발명에 제시된 제조방법을 따랐을 경우 우연한 결과일 수도 있는 한 실시예가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진다는 점을 넘어 선행발명의 결과물이 필연적으로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진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두 발명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2) 한편, 이 사건 특허발명 이후에 선행발명과 동일한 제막 방식의 막 형상 구조물에 관한 논문인 “미립자, 초미립자의 충돌 고화 현상을 이용한 세라믹 박막 형성 기술”에서는, 선행발명의 막 형상 구조물에 대한 TEM(투과전자현미경) 촬영 사진과 이보다 더 개선된 방식인 HR TEM(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 촬영 사진을 개시하고 ‘이들은 가열 없이 Si 기판상에 실온 성막된 PZT 후막의 열처리 전후의 TEM 이미지이다. 막 안에 원료분말의 형태는 관찰되지 않고, 각각의 결정은 서로 결합되어 치밀한 막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막 안에는 원료분말에 가까운 크기의 결정자가 부분적으로 보이지만, HR TEM 이미지 또는 전자선 회절 이미지로부터도 결정자 간, 입자 간에 비정질층이나 상이한 모양은 거의 볼 수 없었고, 전체적으로 20nm 이하의 미세결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위 논문에 의하면 선행발명에 개시된 막 형상 구조물 역시 결정자 사이의 계면에 비정질층인 입계층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위 논문은 특허발명의 출원일 이후 공지된 자료지만, 선행발명의 내재된 구성 또는 속성을 파악하기 위한 증거로서 사용되었다. 즉, 위 논문은 신규성 유무 판단 방법의 대비 대상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선행발명에 개시된 제조 방법에 따라 제조된 물건이 필연적으로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이나 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된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3) 그런데 위 논문에 의하면 선행발명에 개시된 제조방법을 따른 하나의 실시예로서 유리층으로 된 입계층이 존재하지 않는 구성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또는 개연성을 알 수 있지만, 더 나아가 선행발명에 개시된 제조방법을 따랐을 때 필연적으로 비정질층이 존재하지 않는 결과물에 도달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즉, 이 사건에서는 선행발명에 개시된 물건이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또는 개연성을 넘어 필연적으로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진다는 점이 증명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두 발명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IV. 판결의 의의

본 판결에 따르면, 선행발명(또는 선행발명 제조방법에 따른 물건)의 내재된 구성 또는 속성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지 않더라도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이나 속성을 가진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특허발명의 신규성이 부정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주장하는 자는 선행발명에 개시된 물건이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이나 속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또는 개연성을 넘어 필연적으로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진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입증 책임을 진다. 이때 이를 증명하기 위해 출원일 이후 공지된 자료를 증거로서 사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