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명세서 또는 도면의 보정 시 보정의 허용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신규사항 추가금지라는 엄격한 기준을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출원인의 권리 보호를 통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출원인과 일반 공중 사이, 출원인과 타 발명가 사이의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이러한 신규사항 추가에 대한 판단은 각 국가 별로 태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판례를 통해 묵시적 기재를 고려하는 한국, 내재적 기재를 고려하는 미국과 비교하여, 유럽의 신규사항 추가는 훨씬 엄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기에서는 이러한 유럽 특허출원의 신규사항 추가에 대해 알아본다.
1. 신규사항 관련 EPC 규정
(1) 유럽특허조약(EPC) 123조 제2항
유럽특허조약 123조 제2항은 “최초 출원한 내용을 넘어서는 사항을 포함하는 보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청구항, 명세서 등의 보정 시 신규사항의 추가를 허용하지 않는다. 동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유럽특허청 심사가이드라인 (EPO Guidelines for Examination)은 신규사항 추가 여부의 판단은 보정된 내용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내포된(implicit) 사항을 참작하더라도 “보정된 사항이 최초 명세서 등으로부터 직접적이고 명확하게(directly and unambiguously)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면 신규사항 추가라고 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2) 유럽 특허청 심사가이드라인 Part H-IV, 2.1.
유럽 특허청에서 발행한 심사가이드라인은 신규 사항 추가 판단 기준에 대해 세부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로 “신규성 테스트”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는 명세서 보정사항의 신규사항 추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보정으로 인해 추가된 내용이 최초 출원 명세서로부터 보정 내용이 직접적으로 도출 가능한지 여부로 판단하라는 의미이다.
두 번째는 보정으로 청구범위에서 구성요소를 삭제하거나 다른 것으로 치환하는 보정의 경우에 “필수구성요소 테스트”를 만족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필수구성요소 테스트는 ① 해당 구성요소가 (최초 명세서 등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고, ② 그 구성이, 그 자체로, 발명이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의 관점에서 발명의 기능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며, ③ 그 삭제나 치환으로 인하여 다른 기술적 구성의 실질적인 변경을 야기하지 않는 경우에만 신규사항 추가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2. 신규사항 추가로 판단되는 사례
(1) 상위개념을 하위개념으로 보정 시 최초 명세서에 하위개념이 개시되지 않은 경우
포괄적인 표현을 구체적인 표현으로 보정하거나, 구성요소의 재질 및 용도를 한정하는 등과 같은 경우와 같이 해당 발명의 청구범위는 축소되었다 하더라도, 최초 명세서에 하위개념이 명시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거나 통상의 기술자에게 상위개념을 통해 보정된 하위개념으로 인식될 정도가 아니면 신규사항인 것으로 판단된다.
(2) 수치범위 한정 시 해당 수치 범위가 최초 명세서에 명시적으로 개시되지 않은 경우 - EPO 심결례 T 526/92 Case
최초 명세서의 실시예에 파라미터의 개별 수치 값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파라미터가 발명의 과제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하거나 기여한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으며, 수치 범위가 최초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 그 수치 값을 하한으로 한 수치 범위를 추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서로 다른 예시 리스트로부터 각각 선택된 구성요소 간의 조합한 경우
예를 들어, 청구항 1항에 A가 기재되어 있고, 이에 대한 종속항으로 청구항 2항에 B, 청구항 3항에 C가 기재되어 있으며, 최초 명세서에 B와 C의 결합에 대한 기재가 없는 경우, 청구항 제1항을 A+B+C로 보정하는 것은 신규사항 추가에 해당한다.
또한, 청구항 1항에 A+B가 기재되어 있고, 최초 명세서의 실시예에서 A, B, C, D 각각에 대해 기재하면서 C와 D가 구조적이나 기능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기재가 있는 경우, 청구항 제1항을 A+B+C로 보정하는 것은 신규사항 추가에 해당한다.
(4) 의약 용도 청구항에서 신규사항 추가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예 - EPO 심결례 T 2842/18 Case
청구항을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구조적 관절 손상 및 미란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늦추기 위한” 의학적 용도를 포함하도록 보정한 사례에서, 최초 명세서 내 실시예 3의 "하기의 프로토콜에 따른 재치료가 [...]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한 구조적 관절 손상 및 미란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라는 기재에 의해 상기 보정이 신규사항 추가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해, 실시예 3의 “예상된다”는 용어는 치료 효과가 달성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해당 치료 효과는 최초 명세서로부터 도출될 수 없어 신규사항 추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3. 신규사항 추가로 판단되지 않는 사례
(1) 구성요소를 삭제하는 보정의 경우 판단 기준
유럽은 해당 발명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아닌 경우에는 이를 삭제하여 청구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허용한다. 즉, 통상의 기술자에게 포괄적인 기재 이내의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최초 출원 내용의 일부로써 고려된다. 또한 도면에는 표기가 되어 있었으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추가적인 설명이 없었던 경우, 청구범위로부터 특정 사항을 삭제하는 보정은 삭제의 목적이 청구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청구범위와 발명의 상세한 설명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발명의 핵심적인 특징을 삭제하는 보정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즉, 구성요소를 삭제하는 보정이라 하더라도 일괄적으로 신규사항 추가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삭제하는 구성요소가 발명의 필수적인 요소인지 여부에 따라 신규사항 추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2) 구성요소를 삭제하는 보정이 신규사항 추가로 판단되지 않은 예 - EPO 심결례 T 1176/09 Case
유럽에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대상인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청구범위에서 제외하는 보정은 단순히 보호범위를 제한하는 보정이고, 나아가 보정을 통하여 제외된 인간 배아줄기세포와 대응하여 쥐 배아줄기세포가 최초 명세서에 기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술적 사항이 도입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적법한 보정이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경우 쥐 배아줄기세포가 최초 명세서에 기재되어 있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즉, 유럽의 경우 보정을 통하여 제외되지 않고 남게 된 대상에 대한 최초 명세서 내에 직접적이고, 분명한 개시가 필요하다.
4. 시사점
상기와 같이 유럽 특허출원에 대한 신규사항 추가 판단 기준은 구성요소를 삭제하는 소극적 한정보정의 경우에도 일정 조건을 필요로 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유럽 특허출원 이후 보정 단계에서 신규사항 추가 등으로 인한 거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초기 명세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상위개념에 포함된 하위개념, 다양한 수치 범위, 각 구성요소들 간의 조합에 관한 개별화된 실시예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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