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쟁점과 사건의 개요
가. 쟁점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후출원 등록상표의 상표권자가 선출원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경우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의 행사로 선출원 등록상표의 침해가 부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사건의 개요
(1) 원고는 2014. 9. 5. 표장에 관하여 지정상품 및 지정서비스업을 상품류 구분 제09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류 구분 제42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 등으로 하여 상표등록출원을 하였고, 2014. 12. 18. 상표등록을 받았다.
(2) 피고는 2015. 12. 18. 설립되어 컴퓨터 데이터 복구 및 메모리 복구업, 컴퓨터 수리 및 판매업 등을 하면서 와 같은 형태의 표장을 사용하였다(이하 ‘피고 사용표장’이라고 한다).
(3) 원고는 2016. 6. 13. 피고를 상대로 ‘데이터팩토리’, ‘DATA FACTORY' 표장의 사용 금지 등과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4)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이던 2016. 8.10. 표장에 관하여 지정상품 및 지정서비스업을 상품류 구분 제09류 이미지 및 문서 스캔용 컴퓨터소프트웨어, 서비스업류 구분 제42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업 등으로 하여 상표등록출원을 하였고, 2017. 8. 8. 상표등록을 받았다.
(5) 원고는 피고 사용표장이 이 사건 등록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그 사용의 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 사용표장은 이 사건 등록상표와 그 표장 및 서비스업이 유사하지 않고, 최소한 피고 등록상표의 등록일 이후에는 등록상표권의 정당한 사용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2.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판단
지방법원은 피고의 상표권침해를 인정하면서, 원고의 사용금지 및 폐기 청구의 인용과 함께 손해배상청구의 일부(10,000,000원)를 인용하였다.
고등법원은 원고 항소에 대해 일부 인용하면서, 사용 금지 및 폐기 청구에 관한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손해배상청구 일부를 추가(20,000,000원) 인용하였다.
3. 종래 판결의 태도 – 대법원 1986.7.8. 선고 86도277판결
후출원등록상표에 의한 선출원등록상표의 침해는 후출원등록상표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등록무효의 심결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후출원등록상표권자가 선출원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이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에 사용한 때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표법에 의하여 등록된 상표는 그것이 무효이거나 취소되기까지는 다 같이 보호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4. 대법원의 판단 - 전원일치 의견
가. 법리의 선언
상표권자가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등록된 타인의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등록받아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이를 선출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면,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이 제한되어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하고, 이러한 법리는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판례의 변경 – 위와 다른 취지의 종래 판례를 모두 변경함
후출원 등록상표를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후출원 등록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권 실시행위로서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표에 사용하는 것은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86. 7. 8. 선고 86도277 판결, 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54434, 54441(병합) 판결을 변경한다.
5. 판결의 의의
전원합의체 판례의 태도에 따라, 선출원 등록권리와 저촉되는 후출원 등록권리의 적극적 효력은, 선출원 등록권리와의 관계에서는 후출원 등록권리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 없이 선출원 등록권리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상표권의 효과적 보호를 위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 판결의 입장은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선원이 우선함을 근간으로 구축되어 온 지식재산권법의 기본원칙 즉 ‘선원우위의 원칙(priority principle)’과 국제적 입법례에 부합한다. 또한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과는 상충되던 기존 판례의 태도를 변경하고, 다른지식재산권법과 궤를 같이하게 되어 법적 안정성과 통일성을 가져오는 장점을 갖는다.
한편, 본 판결은 후출원 등록상표의 사용이 선출원 등록 상표의 침해에 해당한다 하여도 이는 해당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제한되는 것이지 해당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을 ‘대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제3자의 사용상표가 선출원 등록상표와 유사하지 아니하고, 후출원 등록상표와 유사한 경우, 제3자는 후출원 등록상표가 무효사유가 명백하므로 당연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는지(특허법의 강학상 무효의 항변에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본 판결에서 다루지 아니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 점에 대하여서는 향후 나오는 판례의 태도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대법원은 등록상표권에 무효사유가 명백한 경우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상표등록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상표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고, 상표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상표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상표등록의 무효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무효사유가 명백한 권리행사를 권리남용으로서 배척한 바 있다(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 즉, 현재 판례의 태도에 따를 때, 선출원 등록 상표와 유사하다는 무효사유가 명백한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효력은 본 2018다253444판례에 의해 제한되고, 소극적효력은 권리남용의 항변으로서 2010다103000에 의해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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