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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의 보호
유미법무법인 변호사 김규현

Ⅰ. 서 론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사회에서 많은 기업들은 영업비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적절한 사전 조치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법률에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영업비밀’을 기업 내에서 취급하는 모든 정보로 오인하고, 영업비밀이 유출된 후 사후적인 대처 방안 역시 미흡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해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과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즉 영업비밀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①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비공지성), ②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비밀관리성), ③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 것(경제적 유용성), ④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경영상 정보 등의 요건을 필요로 한다.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한 영업비밀을 침해하여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고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누구든지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경우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한 회사에 근무했던 직원이 특정 업종에 종사하며 축적한 지식이나 노하우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체를 설립하거나,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으로 이직해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는 경우, 이로 인해 아무런 재산상 이익이 없었던 경우까지 포괄적으로 모두 위법한 행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을 변호하여 무죄 판결을 받은 당 법무법인의 승소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Ⅱ. 사건의 경과
1. 사안의 개요

피고인들은 A회사에서 기업용 웹 어플리케이션 저작도구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자들로, A회사에 퇴직 후 동종업체를 설립하여 운영하거나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A회사의 프로그램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웹 어플리케이션 저작도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판매하였다.

A회사는 피고인들이 자신의 기업 업무용 화면개발을 위한 업무 화면 저작도구 관련 자료를 무단 복제 및 유출함으로써 A회사의 영업비밀 가치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A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함과 동시에 A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였다고 주장하며 고소하였다. 검사는 위와 같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피고인들 명의의 각 이메일과 피고인들이 보유한 컴퓨터용 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해 각각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여 증거를 확보한 뒤 피고인들을 기소하였다.

2. 소송의 쟁점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이메일 주소 외 압수 물건으로 특정되지 않은 다른 이메일 계정의 이메일 내역을 압수하였는바, 위와 같은 압수수색이 적법한지 여부가 첫번째 쟁점이다.

또한, 전자정보를 압수함에 있어서 출력, 복사에 의한 집행이 원칙이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저장매체 전부를 복제하거나 수사기관으로 반출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압수수색 전체 과정을 통하여 피압수자 등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본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전자정보가 저장된 저장매체를 반출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참여권이 보장되었는지 여부가 두번째 쟁점이다.

끝으로 A회사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영업비밀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여부 및 피고인들이 해당 정보를 피고인들의 프로그램에 사용하였는지 여부가 마지막 쟁점이다.

3.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에 관하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하여 기재한 문언은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 할 것인데 압수 물건으로 특정되지 않은 피고인들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영장주의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보았다.

또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저장매체 전부를 복제하거나 수사기관으로 반출할 예외적인 사정은 인정되지만, 압수, 탐색, 복제 및 출력행위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참여권이 보장되었다는 사정을 볼 수 없으므로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보았다.

아울러, 피해회사는 소속 직원들에게 근무 기간 중 주기적으로 비밀유지각서를 받지 아니하였고, 중요한 문서들을 비밀 문서로 표시하거나 영업비밀로 특별히 관리하지도 아니하였으며, 피해회사의 소스코드나 프로그램 자료들을 시건 장치가 부착된 독립된 보관실에 보관한 것도 아니어서, 피해회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는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과거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였으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만 치중하고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충분한 시스템을 구비하지 못하여 영업비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2015년 비밀유지에 필요한 ‘상당한 노력’을 ‘합리적인 노력’으로 개정하여 그 보호 요건을 완화하였다. 최근 영업비밀에 관한 판결(의정부지법 2016. 9. 27. 선고 2016노1670 판결)에서는 법 개정에 따라 영업비밀 보유 기업의 규모, 해당 정보에 일상적인 접근을 허용하여야 할 영업상의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의 정도, 과거에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함으로써 기업이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다하였음을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만, 본 사안에서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관한 행위가 법 개정 이전에 발생하였으므로 과거 법률이 적용되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위법한 압수수색에 의한 압수물 및 그에 따른 결과물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므로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피해회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다.

Ⅲ. 마무리
기술혁신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대됨에 따라 영업비밀은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거니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어떻게 영업비밀 보호체계를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실상 영업비밀 관리 및 침해시 대응방안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기업의 영업비밀에 관하여 영업비밀 관리규정에 따라 영업비밀로 분류되어 영업비밀임이 표시되고 있는지, 영업비밀을 별도로 보관하며 접근을 통제하고 있는지, 직원들에 대해 영업비밀 준수 서약을 받고 보안교육을 하고 있는지 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또한, 영업비밀이 유출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적법한 형사적 절차에 의해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자신의 직원이 퇴사하여 동종 업계에서 근무한다는 사정만으로 영업비밀 유출을 일방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보유하는 영업비밀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비밀이라는 표시를 하고, 접근을 제한하며, 비밀 준수 의무를 부과하여 보안을 유지하는 등의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