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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를 받아 창작된 저작물의 저작권의 귀속 및 저작물의 소유권에 대한 판결에 대한 고찰–관련 사건: 2021가단5280029 손해배상(저)
변리사 원준호

각국의 화폐에는 그 나라의 상징적인 역사적 인물이 실리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도 퇴계 이황(천원권), 율곡 이이(오천원권), 세종대왕(만원권), 신사임당(오만원권)의 영정이 도안된 은행권 지폐 및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정이 도안된 100원화 주화가 유통 중이다. 
우리나라 화폐에 도안된 영정은 당대 유명 화가가 제작한 표준영정1 을 기반으로 인쇄 또는 주조에 용이하도록 화폐도안용 영정으로 다시 디자인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 의하면, 제작의뢰의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운 창작물인 표준영정에 대한 저작권은 당연히 이를 제작한 화가에게 귀속된다. 한편 표준영정을 기반으로 제작된 화폐도안용 영정은 새로운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저작권의 귀속이 결정된다. 
1982년 500원화 주화가 나오기 전까지 활발히 유통되었던 오백원권에 도안되었고 현재 유통 중인 100원화 주화에 도안되어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제작한 고(故) 월전 장우성 화백의 자손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및 화폐도안용 영정 인도 청구에 관한 판결이 최근에 선고되었다. 
해당 판결에서는 현행 저작권법이 아닌 저작물이 제작된 당시에 시행되었던 의용 저작권법 및 구 저작권법이 적용되었다. 이에 따라 저작물의 형태 및 촉탁의 여부에 따른 저작권의 귀속여부가 현행 저작권법과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 차이점을 중심으로 판결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기초사실 정리

1953년 고(故) 월전 장우성 화백, 
충무공기념사업회 의뢰로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제작
(이하, ‘충무공 표준영정’이라 함)
1962년 한국은행, 500원권 지폐 발행
1975년 고(故) 월전 장우성 화백, 
문화공보부 의뢰로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 제작 후 한국은행에 제공
(이하,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이라 함)     
1983년 한국은행, 100원 동전 발행
2004년 고(故) 월전 장우성 화백, 
자신의 지식재산권 일체를 당시 월전미술재단법인 이사장인 장학구에게 양도
2005년 고(故) 월전 장우성 화백, 작고
2021년 장학구, 한국은행 상대로 저작권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및 화폐도안용 영정 인도 청구 (2021가단5280029상(저))

 

2. 사건의 쟁점 및 법원의 판단–원고 및 피고의 주장 중 법원에 의해 판단된 쟁점만을 설명한다.

가. 충무공 표준영정 관련 

쟁점 법원의 판단 요약
충무공 표준영정의 저작물 성격을 사진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 의용 저작권법2 제25조는 타인의 촉탁에 의하여 저작한 ‘사진초상’의 저작권은 그 촉탁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의용 저작권법 제26조에서 ’사진술과 유사한 방법에 의하여 제작된 저작물에 대하여 사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규정하여 사진저작물에 관한 규정의 적용대상을 제한하고 있고, 위 규정들은 의용 저작권법 제1조에서 규정된 저작자의 저작권을 원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이므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의용 저작권법 제25조의 ’사진초상‘은 인물의 얼굴이나 모습을 촬영한 사진저작물에 한정된다고 봄이 상당함. 
- 따라서 의용 저작권법 제25조는 미술저작물에 해당하는 충무공 표준영정에 적용될 수 없음.
충무공 표준영정에 대한 저작권의 귀속 - 따라서 충무공 표준영정의 복제권을 비롯한 저작권 일체는 의용 저작권법 제1조에 의하여 그 저작자인 망 장우성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됨.
- 한편, 충무공 표준영정(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이 1969년경 충무공기념사업회에서 대한민국(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으로 이전되었고, 1982년경 충무공기념사업회가 1982년 2월경 해산하여 그 잔여재산이 국고에 귀속되었다고 하여도, 대한민국이 충무공 표준영정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충무공 표준영정에 대한 저작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음.
손해의 발생여부 - 따라서 피고의 복제권 침해는 인정되지만 원고가 자신이 입은 손해 내지 피고가 얻은 이익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주장·입증을 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복제권 침해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함.


나.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 관련 

쟁점 법원의 판단 요약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의 저작물 성격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은 정면을 향하여 그려진 충무공 표준영정을 왼쪽 안면부가 보이는 상반신 반측면상으로 개작한 것으로, 이는 지폐 또는 주화에 들어가는 인물의 상반신 영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안면부의 굴곡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하는 저작자의 창작적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 보이고, 저작자는 안면부의 양쪽 측면 중 왼쪽 안면부가 반측면으로 드러나는 형태로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을 구성하였는 바, 이러한 방향성 또한 충무공 표준영정과는 구별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은 충무공 표준영정과는 구별되는 별도의 창작성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함.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의 저작권의 귀속 -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이 제작될 당시 적용되던 구 저작권법 제13조는 ’타인의 촉탁에 의하여 저작된 사진, 초상의 저작권은 그 촉탁자에게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 
- 망 장우성은 대금 150만원에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을 제작하여 피고(한국은행)에게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작물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에게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을 제공하였고, 그 대금으로 15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 
- 따라서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에 대한 저작권은 촉탁자인 피고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고 봄이 상당함.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의 소유권의 귀속 - 피고가 2013년 2월 21일에 화폐도안용 영정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저작권 사용승낙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의 저작권은 피고에게 있고, 위 승낙은 화폐 주조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볼 때, 원고에게 화폐도안용 충무공 영정에 대한 소유권이 남아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함.

 

3. 시사점

이번 사건은 저작물의 제작 당시, 즉 저작권의 발생 당시의 저작권법을 적용하여 저작권의 귀속 및 창작자와 촉탁자의 계약관계에 기초한 저작물의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하였다는데 특징이 있다. 
관련하여 살펴볼 것은 현행 저작권법에는 촉탁관계 등에 의해 창작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귀속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원시적으로 창작자에게 귀속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현행 저작권법 제9조에서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고 규정하여, 예외적으로 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아닌 그를 고용하고 있는 법인이 저작권을 보유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법원은 본 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법인 등의 사용자와 업무에 종사하는 자 사이에 고용관계 기타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성립되어야 하며, 위 제9조가 실제 창작자가 저작자가 되는 저작권법 제2조 제2호의 예외규정인 만큼 이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9. 선고 2016가합546369 판결). 
이에 따라 고용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의 경우, 법원은 “외부 용역으로 디자인을 하는 경우 양자가 독립된 지위에서 계약한다는 점에서 도급계약에서는 업무상 저작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1992. 12. 24. 선고 92다31309 판결 등), “영상저작물 제작 도급계약을 맺은 수급인이 영상물을 제작해 도급인에게 인도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권과 아울러 지적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인 복제 및 배포권도 같이 양도됐다고 봄이 상당하다”(서울고등법원 1994. 12. 7. 선고 94라175 결정)고 하여 아웃소싱한 영상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은 도급인이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SNS의 활성화로 틱톡(Tiktok)이나 쇼츠(Shorts), 릴스(Reels) 등 숏폼 플랫폼을 통한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광고 또한 빈번해지고 있으나, 모든 회사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는 없기에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할 때가 많다. 제품 디자인이나 캐릭터를 외부에 용역을 주는 경우도 여전히 많을 것이다. 
콘텐츠가 많이 제작된다는 것은 저작권을 비롯한 관련한 권리가 그만큼 발생한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새롭게 규정되는 이해관계가 많아짐을 의미한다. 콘텐츠 창작자 입장이든 크리에이터들에게 아웃소싱을 하는 입장이든 창작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양도, 저작물의 소유, 이용 및 복제범위 등에 대해 꼼꼼히 살펴 사전에 계약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 표준영정제도는 역사적 위인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73년에 도입되었다. 1953년에 제작된 고(故) 월전 장우성 화백의 이순신 영정은 표준영정 제도에 따라 표준영정 1호로 공인되었으며, 현재 현충사에 안치되어 있다. 다만 ‘충무공 표준영정 속의 관복, 병부주머니 등은 당시의 실제 복식과 다르게 표현됐다’는 등의 의견이 있자 2017년 충무공 표준영정에 대한 지정해제신청이 진행되었으나 이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출처]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27291&code=11171399&cp=nv

2 의용 저작권법은 1957년 1월 27일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정시까지 구 대한민국 헌법 제100조에 의해 의용(依用)되던 일본 저작권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