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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등의 리폼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2. 선고 2022가합513476 판결 [상표권침해금지 등]
변리사 김지수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핸드백, 지갑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하기 상표 (이하 “이 사건 각 상표”라고 함)의 상표권자로, 이 사건 각 상표가 부착된 가방을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이 사건 각 상표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상표이다. 


 

나. 피고는 가방, 지갑 등의 수선 및 제작업을 영위하면서, 원고 가방을 가방 소유자로부터 건네받아 그 원단을 이용하여 크기, 형태, 용도 등이 다른 하기 등의 가방과 지갑을 제작하였다(이하 이러한 행위를 “리폼”이라고 하고, 하기 가방과 지갑을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이라고 함). 

다. 피고의 리폼 행위 및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에 대하여, 원고의 상표권이 소진되었는지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이다. 

 

2. 법원의 판단 

가. 상표권 소진 여부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더 이상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칠 정도로 가공이나 수선을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새로운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동일성을 해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서 새로운 생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상품의 객관적 성질, 이용형태 및 상표법의 규정취지와 상표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3929 판결 등 참조).

피고는 리폼 과정에서 원고가 생산, 판매한 가방의 부품, 원단 등을 분해한 다음 재단, 염색, 부품의 부착 등의 과정을 거쳤고, 이에 따라 만들어진 이 사건 리폼 제품은 크기, 형태, 용도 등이 원래의 원고 가방과 전혀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심지어 가방으로 지갑 등을 만든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가공이나 수리의 범위를 넘어 상품의 동일성을 해칠 정도로 본래의 품질이나 형상에 변경을 가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새로운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 상표적 사용 여부

(1)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이 ‘상품’에 해당하는지 여부 

상표의 사용에서 말하는 ‘상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8후58 판결,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도2180 판결 등 참조).

(ⅰ)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은 지갑 및 가방으로서 당연히 교환가치가 있으며, 이 사건 각 상표는 지갑, 가방 등에 관하여 출처표시로 널리 알려져 있고,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은 이 사건 각 상표가 표시되어 있어 그 교환가치가 작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ⅱ) 고가의 사치품을 리폼한 제품은 통상 중고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어, 이 사건 각 리폼 제품도 시장에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점, (ⅲ)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이 현실적으로 시장에 유통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으나,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는 양도행위 등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만으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유통된 경우에만 상표법상 ‘상품’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점, (ⅳ) 상표법에서 말하는 상품에 해당하기 위하여 침해행위 자체가 양산성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은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
 

(2)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ⅰ) 이 사건 각 상표는 주지저명하고, 원고는 원단에 이 사건 각 상표를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방법으로 그 출처를 드러내는 기법을 흔히 사용하여 왔고,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은 원고 가방과 마찬가지로 외부에 이 사건 각 상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점, (ⅱ) 원고가 이 사건 각 리폼 제품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가방 및 지갑을 제작·판매한 경우도 상당수 있는 점, (ⅲ) 가방 소유자가 지니고 있는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을 본 제3자가 그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는 등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그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에 부착된 이 사건 각 상표는 출처표시를 위한 것으로서, 피고는 이 사건 각 상표를 상표적으로 사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결론

따라서 피고가 원고 가방을 리폼하여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을 생산하고 가방 소유자에게 돌려준 행위는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가)목에서 말하는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및 (나)목에서 말하는 ‘상품의 인도’로서 이 사건 각 상표를 사용한 행위로 평가된다. 이 사건 각 리폼 제품은 가방 및 지갑으로서 이 사건 각 상표의 지정 상품과 동일·유사하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리폼 행위 등은 이 사건 각 상표에 관한 상표권을 침해한다.

 

3. 시사점 

수선업 등을 영위하는 자가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 가방을 구매한 소유자로부터 제품을 받은 후 다른 형태의 가방이나 지갑 등으로 재가공하는 것(즉, 명품 리폼 제품)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한 판례이다. 

본 판결에서는 ①권리소진이론과 관련하여 사안의 리폼 제품에 대해 ‘동일성을 해칠 정도로 품질이나 형상에 변경을 가한 경우로, 실질적인 새로운 생산행위’로 보아 권리 소진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과, ②‘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해당 리폼 제품이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양산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시장에서 현재 유통되고 있지 않더라도, 출처표시기능을 갖는 ‘상품’으로서 ‘상표적 사용’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에 시사점이 있다.

위 판결은 1심 판결이며, 2심이 진행중이므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