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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저작물 침해 ‘건물철거’ 판결이 가지고 올 영향: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09.14 선고 2019가합41266 [손해배상(지)]
변리사 김원삼

1. 들어가며: 건축저작물의 특이성

 건축물은 ‘사용자의 요구와 건축재료를 통해 실용적 · 미적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만들어진 구조물’로 정의되므로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인 저작물에 해당한다.1 그러나, 건축물은 인간의 실내생활 및 편의를 위한 구조물이기에 용도나 기능 등으로 인해 창작적 표현이 제한되는 기능적 저작물인데, 단순한 기능적 표현을 넘어, 조형 및 구조 등에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2
 
 다만, 건축물은 토지와 같이 거래되는 대상으로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기에 철거는 일측에 막대한 손해를 입힐 수밖에 없는데, 최근 저작권 침해로 건축물 철거판결이 나와 건축분야 저작권 보호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적 인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바,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기초사실

 원 건축저작물은 부산 기장군에 까페 운영을 위해 2016년 사용 승인된 건물로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등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 ‘웨이브온’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침해대상 건축물은 울산에 2018년 6월 까페 운영을 목적으로 설계용역 후 2019년 7월 사용 승인되었는데, 영업개시 이후 원 건축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 및 표절 시비 등이 문제되었다. 
 
 이에 원 건축저작물을 설계한 건축사무소 및 운영업체가 침해대상 건축물의 설계사무소 및 건축주를 상대로 저작권법 상 복제권/전시권/성명표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및 건물철거3를 청구한 사건이다.4

 

원 건축저작물(좌)과 침해대상 건축물(우)


[사진제공=이뎀건축사사무소/출처=주간동아]



3. 사건의 쟁점

 본 사건의 저작권법 상 침해요건 및 침해금지청구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항목 내용
요건 중 쟁점5 i) 건축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한 ‘창작성’을 구비하였는지
ii) 원 건축저작물과 침해대상 건축물이 유사한지
iii) 원 건축저작물에 의거하여 침해대상 건축물의 복제가 이루어졌는지
청구 중 쟁점 a. 저작물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 통상적 재산상 손해 및 저작권자 성명표시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
b. 침해대상 건축물의 저작권 침해정지청구 
: 유사부분만 부분폐기 적용가부 및 전부폐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4. 법원의 판단

 상기 쟁점사항에 대하여 모두 인정하여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였는 바, 법원의 판단을 정리/요약하면 아래 표와 같다. 

요건 가부 판단
창작성
구비여부
인정
(적극)
- 시각적으로 분리된 상하부 매스 / 도로 측 콘크리트 벽체가 바닥 측 유리벽을 감싸는 형태의 하부 매스 / 비뚤어진 5각 평면에서의 조형변화를 가한 상부 매스 등
- 건축주 요구조건 충족시키며 창작의도를 최대한 발휘한 건물설계함. 
 [예: 상하부 건물조형 분리, 여러 방향의 다양한 입면, 층별 조형 변화]
-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 수상 및 언론사 등의 평가
저작물
유사여부
인정
(적극)

- 건물 내외부의 다양한 건축적 아이디어가 유사한 방식으로 많은 양이 적용되어 있는 이상 건물 전체의 실질적 유사성이 있음. (건물 상/하부 매스가 일정각으로 틀어지고 벽면이 연속되지 않는 점)
- 상부 매스의 조형 구성(돌출공간, 조망창, 실내/외부의 형태 연속성 등)이 유사함.

- 3동 건물을 전체로 살필 경우 외관상 유사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침해대상 건축물과 구분되는 별개의 건물이므로 이유가 없음.
의거성
여부
인정
(적극)
- 양 저작물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의거성이 추정됨.
- 관련 기사에 피고(침해대상 건축주)가 “원 건축저작물을 둘러보고 실내 인테리어를 똑같게 해달라”고 시공사 측에 요청했다는 내용이 기재됨.6
- SNS 등 다수의 후기에서 표절의견 등이 개시되었음.

 

청구 가부 판단
손해배상 일부
인정
(적극)
- 복제권 침해에 따른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7
 : 원 저작물 설계용역비와 고의 침해사실, 침해대상 건축물의 설계비를 종합적으로 고려 4500만원 인정
- 성명표시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피해보상(위자료): 5백만원
저작권 침해정지 인정
(적극)
- 건물의 경우 저작권법 제123조 제2항에 따른 폐기는 철거의 방식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피고는 저작권법 상 전시권 침해에 따라 건물을 철거할 의무가 있음.
- 유사부분에 대한 분리철거가 아닌 건물자체를 철거주장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로 부정함.  
a. 소유자에게 경제적 부담이 발생한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은 저작권법 권리구제 규정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음.
b. 침해대상 건축물은 창작성이 명백히 인정되는 외관뿐만 아니라, 창작성에 기여하는 내외부의 세부적 조형까지 유사하므로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을 따로 폐기하는 것을 사실상 가능하지 않음. 
c. 원고의 취지에 있어, 피고의 모방행위에 대해 건축계 자성 촉구적 측면에서 소제기했다는 점에서 부당한 손해를 입힐 목적도 없음.  



5. 본 판결의 의의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평당 수백만 원의 상당한 금액과 기존 건물의 철거부터 설계, 시공까지 대략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건축물은 토지와 같이 거래되는 대상으로서 매매 시 수억 원에 호가하는 등 경제적 가치도 상당하며, 기본적으로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이상 유지될 수 있게 짓는다. 즉, 건축주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짓는 만큼 앞서 창작된 미적가치가 높은 건축물과 동일/유사하게 짓고자 하는 유혹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는 건축가 역시 존재한다. 
 
 또한, 건축의 설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사례조사(Case Study)이다. 설계를 하기 전 토지와 건물용도 등을 고려하여 유사한 사례가 어떻게 지어지는지, 적용 가능한 이점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타인의 건축물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단순히 모방/복제에 그칠 것인지 새로운 건축물을 창작할지 건축가에게 상당한 고민과 유혹으로 다가온다. 이에 건축저작물 침해 사건은 종종 있어왔다. 8, 9, 10
 
 다만, 건축물의 철거는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므로 손해배상 또는 조정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었다. 본건은 이러한 관행을 뒤집어 원고가 건축계에 건축저작물에 대한 미흡한 인식에 경종을 주기 위해 철거청구를 진행하였고, 1심에서 저작권 침해 기초 건축물 철거를 이끌어낸 첫 사례이다. 이는 대상물의 경제적 가치와 상관없이 저작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경우 근본적인 폐기가 법 취지에 적합하다는 지식재산보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단순히 유사성 있는 일부만을 철거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외관 및 내외부가 전체적인 유사성에 기여하는 것을 고려하여 분리철거가 불가능하고 전체철거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즉, 추후 전면적인 모방/복제 건축물은 전부 폐기 대상임을 명확히 했다는 의의가 있다. 
 
 해당 판결은 건축계에 저작물 침해 시 철거 등의 근본적 해결이 가능한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건축저작물의 모방/복제에 너그러웠던 기존의 관행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추후 다른 저작권 침해사건 및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IP)의 인식과 보호전략, 침해대응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에 상급심의 판결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 저작권법 제4조(저작물의 예시 등) 제1항 제5호: 건축물ㆍ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

2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7다261981 판결 등 참조

3 저작물 전시권(저작권법 제19조)/건축저작물의 복제 단서 금지조항(저작권법 제35조 제2항 제1호)/저작권 침해 정지청구 및 폐기 청구(저작권법 제123조 제1항 및 제2항),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청구(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4 원고들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표지 혼동행위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도 하였으나, 법원은 원 건축저작물이 원고의 영업표지로서 주지성을 획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판단했기에 해당 청구를 기각했음. 해당 쟁점은 지면상의 이유로 본 칼럼에서는 살피지 않음.

5 원 건축저작물이 처음 설계에서 일부 변형 건축되어 피고가 저작권자 특정을 다투었으나, 변형내용이 새로운 저작물이 될 정도의 창작성이 될 수 없어 처음 설계한 건축사무소(원고)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보았다. (부차적 쟁점으로 간략함)

6 피고가 관련 취지의 언급을 한적이 없다고 정정요청한 사항이 다시 기사에 실렸으나, 기존의 보도가 허위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함.

7 원고는 원 저작물의 설계용역비가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음.

8  [크링(KRING),(2009) vs 제주JDS면세점 (2014)]

9  [강릉 테라로사 까페 저작권침해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저작권법위반]

10  [용인삼각형펜션 저작권침해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9. 6. 선고 2013가합23179 판결(항소심- 조정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