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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국에서의 선사용권 적용 사례
변리사 김가영

선사용권은, 선출원주의 하에서 선의의 선발명자를 구제하고 기업의 영업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 한국 특허법 法 103조에서는 “특허출원 시에 그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그 발명을 하거나 그 발명을 한 사람으로부터 알게 되어 국내에서 그 발명의 실시사업을 하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는 자는 그 실시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발명 및 사업목적의 범위에서 그 특허출원된 발명의 특허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선사용권은 기본적으로 속지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특정 나라에서의 선사용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발명의 출원시를 기준으로 해당 특정 나라에서 법규정에 따른 사용 또는 사용 준비 중이어야 한다. 

또한 주요 수출국의 법 규정에서는 ‘특허 출원시’에 발명의 실시에 해당하는 사업 또는 사업준비를 하고 있을 것을 요구하는데, 한국 특허법에 따르면 통상의 출원일 이외에, 국내우선권 주장 출원의 경우에는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되는 선출원일이 선사용권의 판단기준이 된다는 규정이 있다(法 55조 3항). 이하에서 기술할 주요 수출국에서의 선사용권 제도를 참조하면, 특허 출원시란 특허출원일 뿐만 아니라, 파리조약 제4조의 우선권에 근거하는 우선일을 포함하므로, 파리조약의 우선권주장의 출원에서는 우선권주장의 기초가 된 최초의 출원일(파리조약 §4B)이 판단기준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국에서의 선사용권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기업이 국내에서 사용 중이던 발명을 해외에 수출하고 사용하여 해외에서의 출원시를 기준으로 선사용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로 사업 또는 사업준비를 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주요 수출국에서의 선사용권 제도와 선사용권 적용 사례에 대하여 상세하게 알아본다.
 

1. 주요 수출국에서의 선사용권 제도

(1) 미국(法 273조; 침해 주장에 대한 항변 규정)

  • 2011년 특허법 개정을 통해 선발명주의에서 선출원주의로 전환하였으며, 이에 따라 종래에 BM(Business Method) 발명에 한하여 인정하던 선사용권을 모든 형태의 발명으로 확대하였다. 
  • 法 273조 (a)(4)에 법조문에 규정된 ‘유효한 출원일’이란, 실제 특허 출원일, 또는 문제가 된 그 발명의 미국, 외국 또는 국제출원의 우선권 주장일을 뜻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 유효한 출원일로부터 최소한 1년 전에 그 발명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완성하였고,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을 요구한다.
  • 상업적 사용의 의미는, 유용한 최종제품에 대해 미국에서 회사 내의 상업적 사용과 관련되거나 또는 독립적 실질적인 판매와 관련된 경우를 의미한다.  

(2) 독일(法 12조)

  • 법조문 상 ‘사용’만을 요구하며, ‘상업적 사용’을 성립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3) 프랑스(法 613조의 7)

  • 법조문 상 ‘선발명’만으로도 선사용권을 인정한다.

(4) 영국(法 64조)

  • 법조문 상 ‘발명의 우선일 이전에’라고 정의하며, 우선일은 파리조약 제4조 상의 우선권의 우선일을 의미한다.
  • 법조문 상 ‘유효하고도 진지한 준비’라고 규정하며, 이에 대해 판례는 특허가 부여되었더라면 침해가 될 행위의 준비가 행위를 실행할 단계에 이를 것을 요구한다.

(5) 일본(法 79조)

  • 한국 특허법과 유사하며, 선사용권을 가장 활발히 이용하여, 여러 판례가 축적되어 있다. 
  • 특허 출원시란, 당해 특허출원의 실제 출원일 또는 우선권 주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우선일을 의미한다. 
  • ‘사업의 준비’ 요건에 관하여, 판례는 사업의 실시 단계에 이르지 않더라도 즉시실시의 의도를 가지며, 그 즉시실시의 의도가 객관적으로 인지된 상태·정도로 표명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판시한다.
     

2. 선사용권 관련 판례
 

(1) 영국 

1) 특허를 침해하는 제품의 시작품을 출원일 이전에 제작하였으나, 판매용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 않은 사건에서, 우선일 시점에서는 침해 제품의 판매가 이루어 지지 않고, 침해 제품을 팔려는 의도가 없다는 이유로 선사용권을 부정하였다. 

2) 출원일 전에 침해품 생산을 위한 사업 계획이 준비되어 있으나, 회의록에는 개발이 ‘매우 예비적 단계’라는 기재가 있음을 근거로 선사용권을 부정하였다.

3) ‘유효하고도 진지한 준비’라는 규정에 대해, ‘effective’가 ‘준비’를 한정하고 있으므로 준비 이상의 것이 행해져야 한다고 하면서, 준비는 침해 행위가 확실히 행해질 단계에 있다고 인정될 정도로 진행되어진 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판시하면서, 발명이 실시된 것임을 나타내면 족하다는 피고의 주장을 거절하는 판시를 하였다.
 

(2) 일본-사업 준비 긍정례

1) 선사용권의 효력은 특허출원시(우선권 주장일) 선사용자가 실제로 실시 또는 준비하고 있던 실시형식 뿐만 아니라 이것에 구현된 발명과 동일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경된 실시형식에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본 판시는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인 선사용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균등론적 해석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시작품의 제작을 하청회사에 의뢰하고 납입을 받아 이것을 발주자에게 납입한 뒤, 출원이 되고, 그 후 정식주문을 받고 상기 하청회사에 발주하여 납입을 받고 계속해서 상기 발주자와 제3자에게 동일 제품을 제조∙판매한 사실로부터 출원시 실제로 창작을 한 자로부터 지득하여 사업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인정하는 판시를 하였다. 

3) 1호기는 아직 양산화 이전의 시작품이라 할 수 있으나, 증거에 따르면, 이 종류의 포크크로는 수주생산의 형태를 취하는 제품이라는 것이 인정되어, 피고가 이것을 실제로 고객에게 판매하여 대가를 얻은 것을 보면 피고는 본 건 고안에 관한 포크크로의 실시인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해야 하며,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시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4) 화합물의 제조방법의 발명에 있어서, 특허출원의 유효한 우선일 전에 그 발명인 제조방법을 실시하기 위한 플랜트의 설계 및 건설의 기본설계나 건설비 견적이 되어져 있었고, 그 우선일 후에 당해 기본설계나 건설비 견적서가 다소 수정되었지만 발명인 화합물의 제조방법 자체는 재검토되지 않은 사례에서, 그 우선일 전에 ‘사업의 준비’가 있었다고 인정하였다고 판시하였다. 

5) 출원일보다 전에 단조금형의 도면을 완성시켜 시작재료를 발주함과 동시에 금형제작에 착수하여 해당 출원일 후에는 금형을 완성시켜 단조시작을 하고, 전후하여 재료발주, 양산, 판매하였으므로 출원일 전에는 즉시실시의 의도가 있고, 그것이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양태, 정도로 표명되어 있다고 인정하였다고 판시하였다.

6) 피고가 생리활성단백질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에 대해 소정의 확인행위나 신고행위 및 해당 생리활성단백질의 제조에 관한 설비의 완성 및 가동 등의 행위에 의해 즉시실시의 의도는 객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양태이므로 사업의 준비를 인정하여 선사용권을 인정하는 판시를 하였다. 
 

(3) 일본-사업 준비 부정례

1) 출원일 전에 개량이 필요한 시작품 단계에 머무는 경우에는 즉시실시의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즉시실시의 의도가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양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인장시험 후 개량을 한 시작품이 완성되고, 금형의 발주가 이루어진 시점이라고 판시하였다.

2) 연구보고서에 나열된 성분 중 하나였던 것만으로 사업의 준비를 부정하였다.

3) 도면이 개략도에 지나지 않고, 도면 이외에 제조나 공정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므로 사업의 준비를 부정하였다.

4) 의약용 제제에 대해 특정 발명을 이용한 사업에 대해 즉시실시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당해 사업의 내용이 확정되어 있을 것을 요하며, 당해 사업에 이용하는 발명의 내용이 확정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해야 하는 바, 출원시에는 의약품의 내용이 아직 일의적으로 확정되어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사업의 준비를 부정하였다.

 
3. 시사점

발명자가 발명을 하고 특허출원제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특허발명을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기간 독점배타권인 특허권을 향유할 수 있으나, 출원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하여 사용하는 경우, 제3자의 모방 우려가 없으므로 특허출원제도를 이용하여 공개하는 것보다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선발명자 외의 타인이 특허권을 취득하더라도 선사용권 제도를 이용하여 그 사업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제도의 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특허소송실무에서 선사용권 성립이 인용된 사례는 일본에 비하여 매우 적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국 특허법상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요건 완화 방법론에는, 특허법 103조에 규정된 ‘사업의 준비’ 요건을 유연하게 해석하여, (일본과 같이) 그 발명을 실시하기 위해 계획하는 직·간접적 준비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자는 의견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선의의 선발명자가 선사용권을 보다 넓게 인정받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이용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출처
- 특허의 선사용권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고찰 (박주현, 2019)
- 해외 주요국의 IP 법제도 및 정책동향 조사·분석 (특허청/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