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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상표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 표장이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된 것인지 또는 자타상품 출처 표시로서도 사용된 것인지 여부 -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19후10418 판결 [권리범위확인(상)]
변리사 박민지

1. 쟁점 및 사건의 개요

가. 쟁점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확인대상 표장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하려면 상표로 사용할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고,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는 경우에는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 본 사건에서 제3자의 디자인이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자타상품 출처 표시를 위하여 사용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사건의 개요

원고의 사내이사는 1998년부터 전선보호관, 배선덕트 등에 관한 디자인을 출원하여 등록받았으며, 해당 디자인은 세 줄의 홈이 형성되어 있고, 디자인 설명에는 ‘외관의 모양을 위하여 세 개의 홈으로 줄모양을 표시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1999년부터는 배선덕트 등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였으며, 상표에 대해서는 2005년 3월 4일자로 등록받아 이후 2006년 11월 3일에 원고에게 양도되었다. 

원고는 2000년경부터 배선덕트 등의 몸체와 뚜껑에 이 사건 등록상표와 같이 세 줄의 홈을 표시하여 대우중공업 군산공장 등 다수의 시공현장에 납품하여 왔고, 건축사무소 등이 작성한 조명기구 설계도에도 원고의 제품에 세 줄의 홈이 형성되어 있고, ‘세줄홈’으로 표시되어 있다.

원고는 자신이 판매하는 배선덕트 상품을 2000년경부터 전기신문 등의 신문매체에, 2010년경부터 전기설비와 같은 월간지 등에 각 광고하여 왔고, 이러한 광고에서 원고의 상품에 형성된 세 줄의 홈을 강조하였다. 2000년부터는 상표명이 ‘U.T.POLE’인 원고의 배선덕트 상품의 카탈로그를 발행하여 배포하였고, 2006년부터는 상표명이 ‘LITE-WAY’인 원고의 배선덕트 상품의 카탈로그도 발행하여 배포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 국제 우수 전기제품 전시회 등의 전시회, 2005년부터 한국조명‧전기설비학회 등의 학회, 워크숍에 참여하여 원고의 배선덕트 상품을 홍보하였고 카탈로그 및 전시회 등에서 광고된 원고의 배선덕트 상품에는 세 줄의 홈이 형성되어 있다.

피고는 2017년 11월 10일에 ‘배선용 보호덕트’에 관한 디자인을 출원하여 2018년 4월 16일에 등록받았으며, 그 무렵부터 세 줄의 홈을 형성한 배선덕트를 판매하고 있다. 

다존전기주식회사는 세 줄의 홈 형상이 형성되어 있는 ‘배선용 보호닥트’ 디자인을 2001년 9월 12일에 출원하여 2002년 12월 2일에 제313804호로 등록받았으며, 주식회사 미모아는 정면부에 세 줄의 홈이 상단과 하단에 각 형성되어 있는 ‘칸막이 배선 개폐문’에 관한 디자인을 1996년 1월 25일에 출원하여 1998년 4월 8일에 제218805호로 등록받았다. 
 

2. 특허법원의 판단

특허법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 이전에 이미 세 줄의 홈 형상이 표시된 배선기구 등과 관련된 여러 디자인이 출원·등록되었던 점, 피고도 세 줄의 홈 형상이 표시된 배선용 보호덕트에 관한 디자인을 출원하여 등록받은 점, 원고가 세 줄의 홈 형상이 형성된 배선덕트에 ‘U.T.POLE’, ‘LITE-WAY’와 같은 다른 문자 상표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점, 원고의 배선덕트 형상이 주지, 저명하다고 보기 부족한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확인대상 표장에 표시된 세 줄의 홈 형상은 거래사회에서 채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형한 형태에 불과하거나 또는 당해 상품 유형에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장식적 형태를 단순히 도입하여 이루어진 형상으로서 그 상품의 장식 또는 외장으로만 인식되는 데에 그칠 뿐, 수요자가 상품의 출처 표시로 인식하여 상표로서 기능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 원심 파기 환송

대법원은 실제 거래계에서 배선덕트의 주된 수요자들은 배선덕트 시공업자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원고 상품의 사용기간, 광고, 거래실정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등록상표가 피고가 이 사건 확인대상 표장을 사용한 2017년경 당시 수요자들에게 원고 상품의 출처표시로 알려졌다고 볼 수 있고, 2017년 당시에 존재하던 등록디자인 13건은 모두 원고 측이 출원하여 등록받은 것으로 그 외 타인에 의한 등록디자인은 이미 소멸하였으므로 세 줄의 홈 형상이 배선덕트가 일반적인 디자인이거나 거래분야에서 채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는 2005년경부터 배선덕트를 판매하고 있는 등 해당 업계에서 원고와 경쟁하는 관계로서 원고의 출처 표시를 잘 알면서 이 사건 확인대상 표장을 원고의 이 사건 등록상표 사용 형태와 상당히 비슷하게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고객 흡인력 등에 편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확인대상 표장은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면서 실제 거래계에서 다른 상품과 구별하는 식별 표지로서도 사용되는 표장이므로, 그 표장이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었다고 할 수 없고 상표로서도 사용되었다고 봄이 타당하여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4. 본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나 모양이 상표로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및 그에 대한 판단기준이 쟁점이 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디자인과 상표는 배타적⋅선택적인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나 모양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인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의 식별, 즉 자타상품의 출처 표시를 위하여 사용된 표장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장의 사용은 상표로서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 법리를 적용함과 더불어, ‘표장이 상표로서 사용되었는지는 표장과 상품의 관계, 상품 등에 표시된 위치나 크기 등 당해 표장의 사용태양, 등록상표의 주지 저명성 및 사용자의 의도와 사용 경위 등을 종합하여 실제 거래계에서 그 표시된 표장이 상품의 식별 표지로서 사용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판결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