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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소믈리에”로 살펴보는 후발적 상표등록 무효사유: 특허심판원 2022.3.4자 2021당3130심결
변리사 김원삼

1. 들어가며: 상표의 후발적 무효사유

상표법은 법 목적 상 공정한 경쟁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므로, 다수인이 현실적으로 사용하거나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해야 하는 상표는 공익상 목적으로 식별력을 부정하여 특정인의 등록을 방지하고 있다. 다만 상표법은 이미 등록된 이후에도 상표가 일반사회에서 보통명칭으로 사용되거나, 표장으로부터 지정상품/서비스의 성질을 직감하게 된 경우 후발적인 무효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2. 쟁점 및 사건의 개요

먼저, 소믈리에는 포도주 맛 등을 감별하는 전문직종을 나타내는 단어이나 이 사건 등록상표 “젓갈소믈리에”(이하 본건 상표라 함)는 ‘젓갈’과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고 보아 특허청으로부터 서비스표등록 제41-225062호, 지정상품: 제41류의 교수업 등에 2012년 1월 19일자로 등록되었다. 등록권리자는 세계음식문화연구원장으로 다수의 “음식명칭+소믈리에”를 상표 출원하여 등록을 받은 후 민간자격 인증 및 이에 대한 행사 및 교육 등을 영위하고 있다. 등록권리자 명의 등록상표를 살펴보면, 본건 상표 외 ‘밥소믈리에’, ‘차소믈리에’ 등 총 14건의 “음식명칭+소믈리에” 등록상표가 확인된다. 

본건 상표 등록권리자는 무효심판청구인이 “젓갈소믈리에”를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자 일련의 절차 이후 상표사용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진행하였고, 이에 심판청구인은 본건 상표에 대해 후발적으로 서비스의 성질을 직감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식별표지로 인식되지 않게 되었다는 이유로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3. 심판원의 판단 

특허심판원은 본건 상표 무효심판의 심결문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심판원 인정사실 요약
1)  “소믈리에”라는 단어는 기존의 와인 분야를 넘어 다른 음식 및 분야에도 사용 중이며 젓갈에 대해서도 다수인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채소소믈리에, 밥소믈리에, 북소믈리에 등). 또한 “음식명칭+소믈리에”는 본건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특허청에서 다수 거절결정되었다. 
2)  등록권리자를 포함하여 제3자 다수가 “소믈리에”라는 단어를 결합하여 민간자격증을 발급 관리하고 있다. 
3)  본건 상표 역시 ‘민간자격’으로 등록되어 있고, 양 당사자 외 제3자들이 젓갈에 “젓갈소믈리에”를 사용하고 있다.  
4)  피청구인은 본건 상표를 ‘민간자격’ 발급/관리에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 자격취득한 제3자가 다수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피청구인은 ‘젓갈소믈리에’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심판원은 상기 인정사실을 기초로 본건 상표 “젓갈소믈리에”는 지정서비스업에 대해서 ‘젓갈’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젓갈전문가’의 의미로 직감된다고 판단하여 본건 상표는 후발적인 무효사유(구 상표법 제71조 제1항 제5호)에 의해 상표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심결하였다. 

특히, 피청구인은 “젓갈소믈리에”에 대한 제3자의 사용인은 피청구인의 민간자격을 취득한 본건 상표의 사용권자들이며, 다수 사용증거 제출을 통해 본건 상표를 자신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심판원은 이에 대해 ‘민간자격증’ 형태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법률(자격기본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고, 자격을 취득한 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이지 않았다. 
 

4. 본 심결의 의의

상표는 원칙적으로 지속적이고 오랜 기간 사용함으로써 그 가치가 축적되고 실질적으로 그 보호범위가 커져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상표가 그 단계를 넘어 지정상품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어버리거나 관련시장의 확대로 인해 그 상표가 갖는 사전적 정의가 수요자들에게 일반적으로 통용되어버리는 경우에는 오히려 독점적 사용이 불가하게 되므로 그 가치가 훼손되어버린다 (예시: 에스컬레이터, 호치키스, 초코파이 등).

과거 ‘소믈리에’라는 단어는 와인과 관련된 전문용어였으나, 와인의 대중적인 보급에 의해 수요자들에게 빈번하게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단어의 의미를 넘어 다른 분야에까지 쉽게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점에서 본건 상표와 같이 등록일 당시에는 수요자들이 상표의 의미를 직감하기 어려워 등록되었을 지라도 이는 수요자의 언어보급 및 상품과 관련된 지식 수준에 따라 변화하기에 등록권리가 무효화되거나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인정받기 어려운 단계에 이를 수 있다. 

특히, 본건 상표의 경우 ‘소믈리에’라는 단어가 본질적으로 ‘맛을 보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와인이 2010년대부터 급격히 대중화된 점을 고려할 때, 다른 음식 등에 결합되더라도 그 음식의 전문가라는 의미로 직감되어 성질표시로 식별력이 미약하다는 점은 예측된 면이 있었다. 더불어, 본 사건 전에 이미 특허심판원은 2016.11.3자 2016당(취소판결)87 무효심판을 통해 제3자의 등록상표 “채소소믈리에”(지정상품: (제41류) 야채/과실에 관한 지식의 교수업 등)가 동일한 후발적 무효사유로 인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 심결은 ‘소믈리에’라는 단어가 식별력이 다른 음식과 결합되더라도 식별력이 없다는 추가확인에 불과하다고 사료된다.

  게다가 젓갈 상표로 사용하기 보다는 “민간자격증”의 명칭으로 사용하였으므로 이는 해당 자격증을 취득한 누구든지 사용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상표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보기도 어렵기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성질표시라도 식별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나, 이는 제3자의 사용없이 특정인의 독점적 사용일 경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건 상표는 자격취득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률의 적용 및 상표관리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누구나 상표선정단계에서 그 상품이나 서비스의 내용을 쉽게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표를 자신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싶어하지만, 본건과 같이 후발적으로 상표가 무효화되는 경우는 다소 드물지라도, 그 상표가 가지는 본질적 의미는 시대와 사회변화에 따라 수요자의 인식정도가 달라지므로, 추후 자신의 권리가 없어질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