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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 사용기간 내에 권리주체가 변경된 경우 상표 인식도 판단에 있어 변경 전의 사용실적이 고려되는지 여부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후11431 판결 【등록무효(상)】
변리사 박민지

1. 쟁점 및 사건의 개요

가. 쟁점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등록상표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에 해당하려면 그 출원 당시에 등록상표와 대비되는 선사용상표가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어야 하고, 등록상표의 출원인이 선사용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여야 한다. 여기서 선사용상표의 인식도와 관련하여 사용기간 중 상표에 관한 권리의 귀속 주체가 변경된 경우 변경 전의 사용 실적까지 고려하여 본호의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사건의 개요

(1) 중국의 주류 제조회사인 모단강시노단자주업유한공사(이하, ‘노단자 회사’라고 한다)는 2000년 무렵부터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까지 선사용상표 “”와 동일한 문자로 구성된 “”, “” 등 6개의 표장을 중국에서 상표로 출원하여 등록 받았으며, 2015년 11월 9일자로 6개의 등록상표에 대한 권리를 계열사에게 양도하였고, 이후 피고가 6개 상표에 대한 권리를 양수하였다. 

(2) 노단자 회사는 ‘老坛子(노단자)’라는 명칭의 백주 제품(이하 ‘노단자 주류제품’이라고 한다)을 제조하여 다양한 형태의 용기와 포장에 담아 ‘老坛子’ 표장을 부착하여 공급하였고, 해당 제품은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흑룡강성 지역을 중심으로 일반 상가와 식당, 주점 등에서 판매되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노단자 주류제품을 홍보하는 내용의 팸플릿이나 전단지가 다수의 식당과 주점에 배포되었다. 또한 노단자 주류제품은 중국의 최대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도 거래되어 왔고, 지역행사 후원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3) 중국 흑룡강성 지역의 행정관청은 2007년과 2012년 무렵에는 “” 상표를, 2015년 무렵에는 “” 상표를 해당 지역의 저명상표로 인정하였고, 2013년에는 노단자 주류제품을 해당 지역의 특산품으로 인정하였다.

(4) 중국의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에는, 노단자 주류제품이 지역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유명상표 등으로 인정받은 경력이 있고 좋은 품질로 수요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취지로 제품 소개 글이 등재되어 있다.

(5) 6개의 등록상표에 관한 권리가 양도된 시점을 전후하여, 노단자 주류제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방법이나 선사용상표의 사용 태양 또는 노단자 주류제품의 품질 및 이에 관한 수요자들의 인식 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6) 피고는 원고의 등록상표 “”가 선사용상표 “”을 모방하여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받은 것으로서 상표법 제34조 제13호에 해당함을 주장하며 2018년 6월 20일자로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등록상표의 출원일 경, 선사용상표의 매출비중 등을 고려해 볼 때 중국에서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었다고 볼 수 없고, 표장의 창작 정도도 높지 않으며, 그 밖에 원고와 선사용상표의 권리자 사이에 상표를 둘러싼 교섭도 없었으므로,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출원한 것이 아닌 바 제34조 제1항 제13호에 해당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2. 특허법원의 판단

특허법원은 이 사건 심결에서 상표권이 양도되면서 영업 일체가 함께 이전되지 않으면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의 선사용상표가 알려진 정도를 판단할 때 상표권 양도 전의 사용실적이 고려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노단자 회사가 취득한 주지성이 피고에게 승계되지 않았고, 피고가 상표권 양수 이후 선사용상표에 관하여 별도로 주지성을 취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선사용상표가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제34조 제1항 제13호에서 선사용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다는 것은 일반 수요자를 표준으로 하여 거래의 실정에 따라 인정되는 객관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선사용상표에 관한 권리자의 명칭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는 것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고, 권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더라도 동일하고 일관된 출처로 인식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따라서 선사용상표의 사용기간 중에 상표에 관한 권리의 귀속 주체가 변경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본호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거나 변경 전의 사용실적이 고려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변경에도 불구하고 선사용상표가 수요자들에게 여전히 동일하고 일관된 출처로서 인식되어 있거나 변경 전의 사용만으로도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등의 경우에는 그 변경 전의 사용실적을 고려하여 본호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사용상표의 사용기간과 방법 및 태양, 선사용상표가 사용된 상품의 거래실정, 선사용상표 및 그 사용상품에 대한 인식과 평가 등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선사용상표는 그 사용기간 동안 상표에 관한 권리의 귀속 주체가 변경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등록상표의 출원일인 2017년 1월 31일 당시 그 사용상품에 관하여 중국의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에 해당한다고 하였으며,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4. 본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제34조 제1항 제13호의 “출원 당시에 선사용상표가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어야 한다”는 요건에 대해 사용기간내 권리자 변경에 따른 인식도 인정범위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사용기간 동안 상표 권리자가 변경되었더라도 변경 전후에서 출처를 표시하는 방법이 거의 변경없이 동일하고, 수요자들이 계속해서 동일한 출처로 인식한다면 변경 전의 사용으로 인한 인식도를 제34조 제1항 제13호의 인식도 판단의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선사용상표가 영업 일체와 함께 양도되는 경우에는 인식도를 판단함에 있어 양도 전의 상표 사용 사실을 고려한다는 기존 판례 태도에서, 본 판결은 영업 일체가 아닌 상표권만을 양도한 경우에도 수요자들이 계속해서 동일한 출처로 인식한다면 권리자 변경 전의 상표사용에 의한 인식도가 제34조 제1항 제13호 요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