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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금 변제를 위해 운영하던 출판사의 출판권 등을 넘긴 뒤 출판사와 같은 이름의 상표를 등록한 것이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8호(현 제34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0. 11.5. 선고 2020후10827 판결 【등록무효(상)】
변리사 양송희

1. 사건의 개요

[쟁점]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8호(현 제34조 제1항 제20호)는 동업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를 동일, 유사한 상품에 등록 출원한 상표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차용금 변제를 위해 운영하던 출판사의 재고도서와 출판권 등을 넘긴 뒤 그 출판사와 같은 이름의 상표를 등록한 것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에 해당하여 본호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사건 배경]

가. ‘청문각출판사’ 라는 상호로 선사용상표 “ ”을 위 교재출판업 등에 관한 출처 표시로 사용해 오던 피고는, 소외인에 대한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청문각출판사의 재고도서와 그 출판권 등을 양도하되, 청문각출판사와 관련된 모든 채무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의 ‘도서, 출판권 등의 사업양도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계약‘이라고 한다)을 2012년 11월에 체결하였다. 소외인은 ‘청문각’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였으며, 피고는 ‘청문각출판사’를 이 사건 양도계약의 체결과 함께 폐업하였다.

나. 이 사건 양도계약에서 위 양도대금은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위 대여금 채권과 상계하고, 피고와 거래 중인 모든 거래처는 소외인이 인수하기로 정하였다. 이후 소외인은 ‘청문각출판사’라는 상호로 종전에 청문각출판사에서 출판하던 도서들을 출판, 판매하였고, 양도계약을 전후하여 종래 청문각출판사에서 근무하던 11명의 직원들 중 6명을 자신이 운영하는 교문사에 채용하여 청문각출판사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으며, 2013년 1월 무렵에는 ‘청문각출판사’ 대표 명의로 청문각출판사가 보유하였던 출판권에 관하여 출판권자들과 새롭게 출판권설정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다. 소외인의 아들인 원고는 이후 2015년 ‘청문각출판’ 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아버지 소외인으로부터 ‘청문각’ 사업장의 모든 권리와 자산 및 부채를 포괄적으로 양수한 다음, ‘청문각출판’이라는 상호로 종전에 청문각출판사에서 출판하던 도서들을 현재까지 출판, 판매하여 오고 있다.

라.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양도계약과 함께 청문각출판사를 폐업하였다가 2013년 2월 무렵 인터넷에 ‘도서출판 청문각’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직원채용공고를 게시하였고, 2015년 2월 13일에 이 사건 등록상표인   을 출원하여 2015년 12월 21일에 그 등록을 받았다.
 

2. 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

심판원은 이 사건 양도계약 당시는 이 사건 등록상표가 출원되기 전으로, 이 사건 양도계약에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이전 약정이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피고가 정당한 권원 없이 원고가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8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허법원 역시 소외인이 이 사건 양도계약 당시 청문각출판사와 관련된 모든 채무는 인수하지 않기로 약정한 점, 피고의 직원을 그대로 승계하지 않고 그 중 일부를 신규채용방식으로 채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약정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양도계약이 영업양도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 선사용 상표가 피고 외의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등록상표는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8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 원심 파기 환송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의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 라며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양도계약이 피고의 재고도서와 출판권 및 기존 출판영업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주요 직원과 거래처를 소외인에게 이전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피고와 소외인은 이 사건 양도계약을 통하여 ‘청문각’ 이라는 표장의 사용 권원을 소외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합의하였으며, 이후 위 표장의 사용 권원은 최종적으로 소외인으로부터 원고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소외인 또는 원고는 ‘청문각’ (또는 ‘청문각출판’) 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청문각출판사’에서 출판하던 도서들을 출판, 판매하는 등 자신의 서비스업 표지를 ‘청문각’ (또는 ‘청문각출판’) 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하고 ‘청문각’ 이라는 표장의 사용을 통제, 관리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양도계약 이후 위 표장을 상표로서 사용한 주체도 소외인 또는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양도계약 등을 통하여 ‘청문각’이라는 표장의 사용 권원을 소외인에게 이전하고 소외인 또는 원고가 위 표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위 표장과 동일, 유사한 상표를 동일, 유사한 서비스에 출원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로 등록 받은 것은, 소외인 또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평가할 수 있는 바, 피고의 이 사건 등록상표는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8호에 해당하므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판시하였다. 
 

4. 본 판결의 의의

본 건은 이 사건 양도계약으로부터 피고의 이 사건 출원상표가 구법 제7조 1항 18호의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차용금 변제를 위해 운영하던 출판사의 재고도서와 출판권 등을 넘긴 뒤 운영하던 출판사와 같은 이름의 상표를 등록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아 특허법원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뒤집었다.

상표법 제34조 1항 20호의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준비 중인 상표에 해당하여 본 호가 적용될 수 있는 지 여부는, ‘타인과 출원인의 내부 관계, 계약이 체결된 경우 해당 계약의 구체적 내용, 선사용상표의 개발·선정·사용 경위, 선사용상표가 사용 중인 경우 그 사용을 통제하거나 선사용상표를 사용하는 상품의 성질 또는 품질을 관리하여 온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본 호 판단기준과 아울러, ‘타인과의 계약관계 등을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준비 중인 상표(선사용상표)를 알게 된 사람이 타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선사용상표와 동일 · 유사한 상표를 동일 · 유사한 상품에 등록 출원한 경우 그 상표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본 호의 취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점에서 본 판결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