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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형사 사건과 압수·수색
유미 법무법인 변호사 전응준, 신동환

Ⅰ. 서 론

영업비밀 사건의 특성상 영업비밀 침해의 증거는 침해자의 내밀한 영역에 산재하는 경우가 많다. 영업비밀 사건 수사의 성패는 압수·수색 여부 및 그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압수·수색에 대해 정확히 알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압수·수색은 공권력에 의한 강제처분으로서 그 과정에서 개인의 권리나 법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헌법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하였고,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 규범력이 확고히 유지되어야 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아래에서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법위반(영업비밀 누설등)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을 변호하여,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통해 일부 무죄 판결을 받은 당 법무법인의 항소심 승소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Ⅱ. 사건의 경과

1. 압수·수색 절차 관련 사안의 개요

수사기관의 이 사건 이메일 압수·수색은 다음과 같은 절차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1) 수사기관은 여러 포털 회사들에 대한 통신자료제공요청을 통해 피고인들의 이메일 계정(이메일 주소)을 확인
2) 수사기관은 법원에 위와 같이 회신받은 이메일 계정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
3) 법원은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이메일 계정에 대해 특정 기간 수발신 내역을 대상으로 하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4) 수사기관은 위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함에 있어서 포털 회사들에게 팩스로 압수·수색영장을 전송(즉, 모사전송 방식으로 영장의 사본을 제시)
5) 포털 회사들은 피고인들의 해당 포털 이메일 계정 전체의 특정 기간 수발신 내역을 회신하였는데, 여기에는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이메일 계정의 수발신 내역이 포함됨
6) 수사기관은 위와 같이 이메일을 압수한 후 누구에게도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음

수사기관의 피고인들 보유 전자정보(하드디스크 등)에 대한 이 사건 압수·수색은 다음과 같은 절차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1) 수사기관은 피고인들의 회사 및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음
2) 수사기관은 피고인 회사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파일을 검색하여 CD 1장에 복사한 후(동일성, 무결성 확인 조치는 취하지 않음), 전체 압수대상물 복제를 압수·수색 집행 현장에서 실시하면 회사의 업무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 회사의 하드디스크 원본 4개를 반출하고, 피고인의 주거지 평온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원본 CD 7개를 반출함
3) 수사기관은 반출한 하드디스크 4개를 수사기관 사무실 내 분석실로 가져와 피고인들 중 한 명의 동의를 얻어 해당 피고인의 참여 하에 이미징하는 방법으로 복제한 후, 해당 이미징 결과 해시값 추출결과서에 위 피고인의 서명, 무인을 받음
4) 이후 수사기관은 또 다시 위 하드디스크 복제본의 사본을 생성하고, 그 사본 및 압수된 CD들에서 범죄관련 정보를 탐색하는 등 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하였는데, 위와 같은 사본 생성 및 분석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음

2. 압수·수색의 위법성에 관한 쟁점 및 법원의 판단

가. 이메일 압수·수색

이메일 압수·수색과 관련하여 첫번째 쟁점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이메일 계정의 수발신 내역을 압수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검사는, 통신자료제공요청에 대한 회신에 기재된 이메일 계정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이 청구, 발부되었고 포털 회사도 해당 압수·수색영장을 제시받고 피고인들의 모든 이메일 계정 수발신 내역을 제공한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모든 관여자들의 인식은 피고인들 명의 이메일 계정 전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해당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압수대상 목적물은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하여 명확히 특정되어야 하고 영장기재 자체만으로 압수대상자에게 그 의미가 분명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하는데, 검사의 주장과 같이 해석하는 경우 압수·수색영장에 압수대상물의 이메일 계정과 기간을 특정한 취지에 현저히 반하게 된다는 이유를 들어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두번째 쟁점은, 수사기관이 포털 회사에 모사전송 방식으로 압수·수색영장의 사본을 제시하고 집행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검사는, 형사소송법은 영장제시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원본제시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영장 사본을 제시하고 집행한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및 형사소송규칙의 규정들을 종합하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반드시 영장의 원본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모사전송 방식에 의한 사본의 제시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세번째 쟁점은, 수사기관이 영장집행 후 피압수·수색 당사자에게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검사는, 압수목록 미교부는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 아니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압수·수색 전체가 위법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형사소송법은 압수한 경우 그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압수목록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압수목록의 교부는 압수 처분에 대해 준항고 등으로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보장하는 기초자료가 되는 것이므로 압수목록 미교부는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된 첫번째 쟁점은 그 원본을 반출한 하드디스크 5개의 복제본 및 CD 7장에 대해 사본을 생성하고 범죄관련 정보를 탐색, 분석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검사는, 압수·수색 당시와 이미징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었고 이후 해당 증거들이 변경되었다고 볼 사정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하드디스크 원본이 복제된 후 해당 파일을 재복제하여 관련 정보를 탐색하는 디지털증거분석 과정도 압수·수색 절차의 일부이므로 그 과정에서도 피고인들의 참여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절차는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두번째 쟁점은 혐의사실과 관련된 파일을 검색하여 CD 1장에 복사하는 과정에서 동일성, 무결성 확인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검사는, 피고인들의 참여 하에 파일이 선별, 복사되었고 이후 CD의 내용이 변경되었다는 사정도 없으므로 위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통상 압수·수색영장집행 과정에서 개별 파일을 추출하여 저장매체에 저장할 경우 개별 파일의 해시값을 별도로 추출하여 확보하는 방법으로 동일성, 무결성을 담보하게 되며 전자정보의 동일성 무결성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집행 과정에서는 그와 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달리 그에 관한 증명을 하지도 못하였으므로 위 CD 1장의 복제물, 출력물 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Ⅲ. 마무리

수사기관은 영업비밀 사건 증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피의자의 저장매체와 자료들에 대해 최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하려 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수사의 신속과 편의를 위한다 이유를 더하여 때로는 영장의 범위를 벗어나는 압수·수색 내지 적법절차에 반하는 압수·수색 처분이 발생하곤 한다. 이 사건에서도 항소심 법원은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에 위반한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이유로 그와 같은 압수·수색집행을 통해 직접 수집된 이메일 및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파일 및 그 출력물 등의 증거는 물론 그에 터잡아 획득된 모든 증거들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검사가 해당 증거들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유죄를 주장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결국, 본 사건은 적법한 형사절차에 의해 수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영업비밀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압수·수색절차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활용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