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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의 법적 효력에 대한 고찰
변리사 손철

 

I. 서
일반적으로 연구결과는 학술적인 측면에서는 논문으로 발표되고 법적, 권리적 측면에서는 특허권이라는 지적 재산으로 창출된다. 연구노트는 논문과 특허로 완성되기 위한 기초적 자료라는 점에서 과학 활동과 발명 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특허제도와 관련하여 특허보호, 심판, 소송, 규제승인 등에서 중요한 자료이며, 진정한 발명자의 결정, 국내 선사용권의 입증, 기술 이전,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발명 활동과 나아가서 발명으로 인한 지적 재산권의 법적 측면으로서의 연구노트의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Ⅱ. 연구노트의 역할과 법적 가치
1. 연구노트의 의의
연구노트란 연구자가 연구의 수행시작에서부터 연구 성과물의 보고 및 발표 또는 지식재산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및 결과를 기록한 자료를 말한다. 전자문서화에 따라 전자 연구노트의 활용성이 대두되는데, 전자 연구노트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정보교환의 용이성, 검색의 편리성, 및 서명절차의 간소화 등의 면에서 유용하며, 분야에 따라서는 화학구조 검색, 도식, 실험계획의 수립 등과 같이 특정의 기능이 제공되기도 한다.
2. 연구노트의 작성방법
아래의 표에는 무형의 지적재산권의 확보를 위한 기초자료, 즉 발명활동 측면으로 연구노트가활용되도록 특허명세서 작성을 위한 연구노트의 기록 방법을 간략히 정리하였다.

 

명세서
기재 내용

연구노트의 기록 내용 작성요령
명칭, 기술분야, 배경기술 연구분야, 기록자, 기록날짜, 관련기술의 원리, 기능의 설명, 기존제품의 분석 실험 전에 작성되어야 할 내용으로써, 실험의 목적, 대략적 계획과 아이디어를 함께 기재함. 기존의 관련실험이 있다면 참고적으로 기재함. 특히 발명 완성을 위한 일련의 행동이 특정기간 계속되었음을 날짜와 사실을 통해 증명할 수 있어야 함.
발명의 내용, 도면의 설명, 구체적인 내용 연구 또는 실험 데이터 및 사실 기록, 수정 또는 변경사항의 메모, 결과 기록, 실험 제품 구성의 요소 및 원리, 기능의 설명, 재실험 등 이후의 연구계획, 실험의 과정과 사실에 대하여 빠짐없이 정확하고 간결하게 작성함. 특히 실험에 사용되는 재료와 장치에 대한 리스트, 시료 및 시약에 대하여 자세히 기록함. 실험 데이터의 해석과 결과에 대한 소견, 실험의 문제점과 방향에 대한 의견을 기입함.
특허청구범위 실험 결과의 고찰 문제해결에 대한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원리와 기능 위주로 정리



3. 연구노트의 기능
(1) 발명의 기초자료
연구노트는 그 자체로 학술적 가치일 뿐만 아니라 종래 기술 분야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사상, 아이디어를 포함한 발명의 구체적인 자료가 된다. 그래서 연구과정에서 축적되는 아이디어와 실험데이터 등을 연구노트에 기록하고 이를 활용하여 명세서를 작성한 후 특허권을 취득함으로써 종국적으로 해당 기술 분야에서 독점배타적으로 무형의 지적재산권을 소유할 수 있다.
바람직하게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단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실험 또는 연구 일자 및 연구수행자의 기록하고, 제3자가 실시 가능하도록 구체적이고 상세한 실험데이터를 기술하며, 발명의 착상, 실행을 위한 연구계획 등이 기록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활동에 대한 사실적 기록을 위해 자료의 고정 및 수정사항의 공개, 주석의 활용, 증인 서명 등을 고려한다.
(2) 발명자로서의 지위확보
연구노트의 기재를 통해 연구 결과물에 대한 발명자를 특정할 수 있고, 공동 연구의 경우 연구결과의 공정한 배분을 통해 공동발명자의 각 지분 비율을 책정하고 권리의 귀속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연구노트는 진정한 발명자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경우 연구 결과에 대한 진실성을 검증하고 연구 내용에 대한 제3자(증인)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법제 하에서는 선의로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지득한 선발명자로서 지위가 확보되어 특허법상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취득할 수 있고(제103조), 비밀성, 유용성, 비공지성의 조건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 근거가 된다.
미국특허법은 선발명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발명일이 중요한데, 처음으로 발명을 구현한 진정한 발명자를 특정하고, 진정한 발명자의 착상일을 발명일로 결정하여 발명의 우선권을 입증할 수 있다. 참고로, 이와 관련하여 미국 Anderson vs. Crawther 사건(1965)에서는, 실험 중 설명되지 않는 기간의 공백은 발명일의 입증을 부인하므로 연구에 맞춰 기록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 연구노트에 사유를 진술하고 실제로 연구의 완료와 지연, 및 지연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3) 법적 증거능력 및 증명력
증거능력이란 증거방법이 증거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법률상의 자격이고, 증명력이란 증거자료가 요증사실의 인정에 기여하는 정도를 말하는데, 연구노트는 원본성, 무결성이 입증되는 한 문서로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형식적 증명력 및 실질적 증명력의 가치가 인정됨에 별다른 이의가 없다.
다만 전자 연구노트의 경우 증거능력은 자유심증주의의 민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인정되지만, 증명력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전자인증제도와 전자서명제도의 정비로 형식적 증명력은 인정되는 추세이나 실질적 증명력의 경우 전자 연구노트의 원본성, 무결성의 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전자 연구노트에 전자서명 및 타임스탬프를 활용한 전자인증기능이 갖추어지며, 나아가 제3자에 의한 확인 기능이 존재하는 경우 증명력이 증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자 연구노트는 보고문서에 해당하므로 기록의 진위나 내용의 정확성에 따른 요증사실의 입증여부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관에 달려있다. 특히 증명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자 연구노트의 자체 인증기능 외에 공증제도나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 미국 법령과 판례에서도 전자 연구노트는 접근 및 사용의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위,변조 가능성으로 인하여 법적 효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고, 기존의 연방증거법의 기준들을 통하여 그 증거 효력의 인정여부를 결정하는 추세이다. 특히 Lorraine v. Markel American Insurance Co. (241 F.R.D. 534)에 의하면 전자 문서가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관련성(Relevancy), 진정성(Authenticity), 전문(Hearsay)의 해당여부 및 예외조항의 적용 여부, 원본성 (original text), 증거적 가치가 부당한 편견, 혼동, 부적절한 지연, 불필요한 제시의 오판 위험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지 여부를 조건으로 충족되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 연구노트를 증거로 제시하려 할 때 해당 증거의 진본 여부의 인증은 배심원의 판단을 요하며, 인증을 위한 증거 또한 증거법상 증거로 채택되기 위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4) 권리행사 및 기술마케팅의 실질적 자료
연구노트의 작성 내용에 근거하면, 이에 관한 특허권 취득 후 무단 실시자의 특허침해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고 학술적으로 연구 표절 등의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특허권을 확보하지 않고 노하우로 관리할 때 지식을 공유하여 익힐 수 있는 자료가 된다.
한편, 기술마케팅시 특허권을 매도하거나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 연구노트는 실질적으로 매수자 또는 라이센스 취득자에게 연구과정에 대한 실사 자료로 제공되어 빠르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Ⅲ. 전자 연구노트의 활용
연구노트 중 특히 전자 시스템을 이용하여 작성되는 전자 연구노트가 일반적인 연구노트와 차별되는 활용성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전자 연구노트는 입력자와 증인의 확인과정인 서명인증장치, 자동 입력일 기록장치(data stamping), 기록 수정시 수정한 표시(marking)의 영구 보존 장치가 구비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
또한, 전자 연구노트가 증거력을 갖추기 위해서, 연구기록 입력 시점이 연구시점과 근접한가, 연구에 대한 지식을 가진 자에 의한 입력 또는 전송인가, 전자방식을 통한 연구기록에 대한 해당연구기관의 규정이 존재하는가, 해당연구기관의 전산기록물 관리자의 증언이 있는가 등을 기본 판단 조건으로 한다.

Ⅳ. 결
이상과 같이, 발명을 통한 기술 개발과 산업 발전의 목적을 갖는 특허제도 하에서 학술계의 연구과정에서 일어나는 기록을 담은 연구노트는 발명의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학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법적인 측면에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특히 문제 해결의 착상, 아이디어 단계에서 실험을 거쳐 실질적으로 기술적 사상의 발명으로 구현되기 위해서 연구노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법정 증거력과 관련된 학문적 관심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의 현장에서 연구노트를 작성하는 과학자 및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연구노트에 기재된 정보의 기밀보장은 필수적이므로, 연구노트의 법적 효력에 대한 불확실한 법적 환경에 대한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한편으로 연구노트의 전자적 형태이건 문서적 형태이건 간에 법적 지위가 확실할 수 있도록 구체적 요건을 담은 관련 법조항이나 가이드라인의 제안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노트 관리 지침 1. , 과학기술부, 2008.1.1
  2. 선 발명 결정에 있어서 연구노트의 법적 효력에 대한 고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08.06.
  3. 전자연구노트 활성화를 위한 전자연구노트 인프라 구축 및 관련법제도 개정방안 연구, 특허청, 2010.12
  4. 연구노트 작성 및 활용, R&D 특허센터,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