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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도15512 판결 【상표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변리사 황나연

1. 사건의 개요

가. 사실관계

- 피해자, 루이비똥 사(이하 甲)는 도형 “ (이하 이 건 등록상표)”을 1994. 7. 1. 자로 “여행용 가방, 핸드백”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출원하여 1995. 12. 26. 자로 등록 받아 2005. 10. 12. 자로 존속기간 갱신등록을 받음(상표등록 제40-0330235호).

- 피고인 (이하 乙)은 이 건 등록상표와 유사한 도형들을 모티브로 하고 도형들의 전체적인 구성, 배열 형태 및 표현방법 등이 매우 유사한 “ (이하 사용상표)”이 부착된 가방, 지갑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전시해 옴.

- 乙의 처인 ○○○(이하 丙)은 사용상표와 동일한 문양을 ‘가방지’에 대해 2008. 11. 10. 자로 디자인등록출원(무심사)하여 2009. 4. 28. 자로 등록 받은 후(디자인등록 제30-0527691), 乙이 2009. 5월 초부터 2005. 10. 23. 경까지 사용상표가 부착된 가방 600개를 750만원에, 지갑 80여 개를 100만원에 판매하고, 판매시가 1,300만원 상당의 가방 및 지갑을 판매목적으로 보관함.

- 乙 및 丙 은 이 사건 이전에도 이 건 등록상표와 유사한 다른 표장을 가방 등에 표시하였다는 이유로 상표권 침해금지 판결을 받아 확정된 바 있음(서울중앙지법 2008. 9. 12. 선고 2008가합35161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5. 13. 선고 2008나92918 판결)

- 丙 은 사용상표를 구성하는 개별 도형 및 이를 다소 변형한 도형들인 “        ,      ,      ,         ,   ” 에 대해 각각 상표등록을 받음(상표등록 제40-0915763호, 제40-0912775호, 제40-0928615호, 제40-0444068호, 제40-0444067호, 제40-0465237호, 제40-0465236호).

- 甲 은 乙을 상대로 사용상표를 부착한 가방 및 지갑 등의 판매, 판매 목적의 전시 행위가 상표권 침해 및 부경법 위반임을 근거로 2010년 침해 소송을 제기함.

나. 주요 논점

丙의 사용상표 디자인 등록 관련

i) 사용상표에 대한 디자인권자인 丙 으로부터 사용권을 설정 받아 가방, 지갑 등에 사용한 을의 행위가 디자인보호법 45조 1항에 해당되는지 여부

ii) 부경법 15(1)에 따라 동법 2조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

丙의 개별 도형들에 대한 상표 등록 관련

i) 乙의 사용상표 사용이 병의 개별 도형에 대한 상표등록 사실 및 해당 등록상표 사용권자라는 사실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

2. 대법원의 판단

(1) 양 상표의 유사여부

사용상표는 이 건 등록상표와 유사한 도형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도형들의 전체적인 구성, 배열 형태 및 표현 방법 등이 매우 유사하여 수요자에게 오인,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2) 디자인등록 사실과 상표법 위반 간의 관계

디자인과 상표는 배타적, 선택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디자인이 되는 형상, 모양이라 하더라도 상표로서 자타상품식별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가방, 지갑 등은 수요자가 외관상 눈에 띄는 부분을 보고 상품 출처를 식별하는 관행이 있고, 을이 사용상표를 제품 외부의 대부분에 표시하고 있는 점, 을 및 병이 이미 갑의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다른 판결이 확정된 바 있고, 병의 사용상표에 대한 디자인등록은 그 원심 판결이 선고된 후 출원된 것인 점, 이 건 등록상표는 병의 디자인이 출원되기 전부터 이미 주지저명상표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을의 사용상표는 디자인이 아닌 상표로서 자타상품식별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볼 것이며, 이 건 등록상표의 고객 흡인력 등에 편승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한 것이다.

디자인보호법 45(1)에서는 디자인권자, 실시권자 등은 그 디자인출원일 전에 출원된 타인의 등록상표를 이용/저촉하는 경우 그 상표권자의 허락을 얻지 않고서는 자기 등록디자인을 실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을이 병으로부터 등록디자인 실시권을 허여 받았다는 사정을 인정하더라도 이 건 등록상표와의 관계에서 침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3) 디자인등록 사실과 부경법 위반 간의 관계

부경법 15(1)는 다른 법률에 부경법 2조 등과 다른 규정이 있다면 그 다른 법률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디자인보호법의 취지상 디자인 등록은 대상물품에 미감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의 보호를 위한 것이지, 국내 주지저명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수요자로 하여금 오인, 혼동을 일으키게 할 부당한 목적으로 형식상 디자인권을 취득한 것이라면 그 등록자체가 부정경쟁행위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까지 부경법 15(1)에 따라 동법 2조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4) 상표등록 사실과 상표법/부경법 위반 간의 관계

병은 이 건 범죄사실 이전에 핸드백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사용상표를 구성하는 각각의 개별 도형 및 이를 다소 변형한 도형들에 대해 상표등록을 받은 사정이 있다. 을의 사용상표는 이러한 개별 도형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결합함으로써 이루어 진 것이다.

을이 사용상표를 가방, 지갑 외부 전면에 규칙적, 반복적으로 배열한 것은 외관에 표시된 모양 등에 의해 자타상품이 식별되는 것이 일반적인 가방, 지갑과 같은 제품의 특성 상 별도의 출처표시로 인식된다고 봐야 한다. 병이 사용상표를 구성하는 개별 도형 각각에 대해 상표권을 갖고 있고, 을이 병으로부터 이러한 등록상표에 대한 사용허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개별 도형에 대한 상표권에 기초한 사용권의 효력은 전체 형태인 사용상표에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을의 사용상표 전체 형태의 사용으로 인하여 갑의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한다는 데 장애가 되지 못한다.

(5) 직권에 의한 판단

상표법 위반 및 부경법 위반을 인정한 원심의 판시 내용은 적법하나, 이들 각 죄가 형법 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동법 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3. 본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디자인과 상표가 배타적, 선택적 관계에 있지 않고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 모양이라도 상표의 본질적인 기능인 자타상품식별 기능을 발휘한다면 상표로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함. 상표로서 출처표시기능 발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본 건 사용상품이 가방, 지갑 등인 특수한 사정, 즉 가방 제품에 별도로 부착된 라벨, 태그 등이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수요자들은 그 외관에 표시된 독특한 형상, 모양 등을 통해 주로 출처를 인식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디자인등록된 사용상표의 사용을 상표적 사용으로 보고 상표권 침해를 인정함.

또한 디자인등록이 디자인보호법 취지에서 벗어나서 타인의 주지저명상표의 명성에 편승하는 등 부정한 의도로 이뤄진 경우에는 디자인등록행위 자체를 부정경쟁행위로 보아 부경법 15(1)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봄. 따라서 등록디자인의 정당한 실시라는 을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을의 사용상표 사용을 부경법 위반 행위로 판시함.

여러 개의 작은 도형들이 반복적, 규칙적으로 조합된 도형상표에 있어서 개별 도형 각각에 대해서만 상표등록이 존재하고 해당 상표권자 또는 사용권자가 조합된 전체 도형만을 사용할 경우, 개별 도형에 대한 상표권의 효력은 조합된 전체 도형상표에 까지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함. 본 사건에서는 침해자가 고소인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개별 도형뿐 아니라 그 개별 도형들의 반복적, 규칙적인 배열 형태, 전체적인 구성까지 유사하게 사용한 점, 피고인이 사용상품인 가방, 지갑의 외부 전면 대부분에 개별 도형들을 규칙적, 반복적으로 조합한 도형을 표시한 점 등 침해자의 실제 사용태양 및 사용상품의 거래 실정 등을 고려하여 개별 도형의 상표 등록(및 해당 등록상표의 사용허락) 사실만으로는 상표권 침해를 벗어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