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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발명(화학발명) 특허분쟁 승소 사례
유미 법무법인 변호사 전응준, 신동환

Ⅰ. 서론

선택발명이란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구성요건이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건 중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발명을 말한다. 이른바 화학발명이나 약학발명에서 주로 나타나는 선택발명은 특허법에서 정하고 있는 발명의 형태가 아니라 이론상으로 인정되는 개념으로서, 형식적으로는 선행발명에 포함되는 발명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특허성을 인정하고 있다.
선택발명의 특허요건을 별도로 취급하지 않고 일반적인 신규성, 진보성 판단기준에 따라 그 특허성을 판단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 법원은 선택발명의 특허성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서 선행발명이 선택발명을 구성하는 하위개념을 구체적으로 개시하지 아니하고,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선택발명인 화학발명에 관한 분쟁이었던 아래 사례에서도 위와 같은 요건에 따라, 해당 발명은 이미 그것을 포괄하는 선행발명에 의해 개시되어 있다는 점을 넘어 과연 그것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는지가 다투어졌고, 아울러 효과와 관련하여 해당 발명이 실제로 그러한 효과를 가지는지, 그리고 그 효과가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것인지에 관한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졌다.

Ⅱ. 사건의 경과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준방향족 폴리아미드 몰딩 조성물 및 그의 용도’라는 발명(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이고, 피고는 플라스틱 원료의 도소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다양한 화학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회사이다. 본 법무법인은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의 ‘비크닐 R630NH’ 제품(이하 ‘피고 실시제품’) 판매가 원고의 위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피고의 침해품 판매 금지 및 폐기 등을 구하는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이 사건 특허발명의 청구항 1을 요약하면,
(A) (A1) 1,10-데칸디아민 모노머 및 테레프탈산으로부터 형성되는 40∼95 mol%의 10T 단위, 및 (A2) 1,6-헥산디아민 모노머 및 테레프탈산으로부터 형성되는 5∼60 mol%의 6T 단위로 구성되는 하나 이상의 10T/6T 코폴리아미드 30∼100 중량%,
(B) 보강재, 충전재, 또는 보강재 및 충전재 0∼70 중량% 및
(C) 첨가제, 추가적 폴리머, 또는 첨가제 및 추가적 폴리머 0∼50 중량%
(여기서, 성분 A 내지 C의 총량은 100%임) 로 구성되는 폴리아미드 몰딩 조성물로서,
위 구성 A에 특정되어 있는 몰비의 범위 이내에서 테레프탈산과 1,6-헥산디아민 및 1,10-데칸디아민의 일부가 각기 다른 종류의 디카르복시산과 디아민 등으로 대체된 폴리아미드 몰딜 조성물이다.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은 이미 선행발명들에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고 선행발명과 비교하여 이질적이거나 현저한 효과를 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 실시례에서는 명세서에 기재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지도 않으므로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됨과 동시에 그 특허청구범위가 상세한 설명에 의해 뒷받침되지도 않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와 같이 무효임이 명백한 특허권에 기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권리남용이라고 항변하였다.

2. 소송의 쟁점 및 진행 경과
원고를 대리한 본 법무법인은 소송 초기에 전략적으로 피고 실시제품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점에 관한 석명을 구하여 이를 다툼 없는 사실로 정리하고, 사건의 쟁점을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성에 관한 것으로만 좁혀 피고의 주장에 대응하였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①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 해석과 관련하여 테레프탈산과 1,6-헥산디아민 및 1,10-데칸디아민의 일부가 각기 다른 종류의 디카르복시산과 디아민 등으로 대체될 때 PA10T/6T 반복단위가 구성 A에 특정되어 있는 몰비의 범위에서 필수적으로 존재하여야 하는 것인지 여부, ②10T 및 6T 반복단위로 이루어진 폴리아미드와 그 성분비가 개시되어 있지 않지만 그 밖의 모든 구성이 개시되어 있는 선행발명들이 이 사건 특허발명을 ‘구체적으로’ 개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③명세서에 기재된 이 사건 특허발명의 효과가 선행발명들의 효과와 비교하여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지 여부, 그리고 ④그 특허청구범위가 명세서의 상세한 설명에 의해 뒷받침되는지 여부였다.
소송 진행과정에서, 화학발명의 특성 상 위 쟁점 중 특히 효과에 관한 쟁점이 치열하게 다투어졌는데, 원고는 실제 실험을 통해 명세서에 기재된 이 사건 특허발명의 효과를 확인하는 한편,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의 효과 중 피고가 주장하는 선행발명들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효과에 대해서는 비교실험을 통해 이 사건 특허발명이 가지는 효과의 우수성을 입증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정 실시례에서는 명세서에 기재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실험보고서를 제출하였다.

3. 법원의 판결
원, 피고의 모든 주장과 입증이 마무리되고 변론이 종결된 이후 법원은 침해품의 판매 중단, 폐기, 그리고 무효소송의 취하를 내용으로 하는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는데, 피고가 이에 이의하자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법원은 ①이 사건 특허발명 명세서의 기재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는 구성 A의 세부 성분들이 대체되는 경우에도 PA10T/6T 반복단위가 구성 A에 특정되어 있는 몰비의 범위 내에서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②선행발명으로부터 이 사건 특허발명을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 사후적 고찰이므로 10T 및 6T 반복단위로 이루어진 폴리아미드와 그 성분비가 개시되어 있지 않은 선행발명에 이 사건 특허발명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③이 사건 특허발명의 폴리아미드 몰딩 조성물은 구성 A-1을 특징적 구성으로 구비함으로써 우수한 열적·기계적 특성, 처리 가공성, 표면 품질 및 낮은 수분 흡수성에 더하여 수분 흡수 후에도 변함없는 기계적 강도까지 가지므로 선행발명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유리한 효과가 있고, ④이 사건 특허발명에는 기재불비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피고에 대한 원고의 특허침해금지 청구를 인용하였다.

Ⅲ. 사건의 의의

본 판결은, 법원이 만일 그 효과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출원일 이후에 출원인이나 특허권자가 구체적인 비교실험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할 수 있다는 법리(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8후3469, 3476 판결 등 참조)에 따라, 원고가 제출한 실험보고서를 참작하여 선행발명과 대비한 이 사건 특허발명의 효과를 인정하였다는 점, 그리고 우수한 열적·기계적 특성, 처리 가공성, 표면 품질 및 낮은 수분 흡수성에 더하여 수분 흡수 후에도 변함없는 기계적 강도 등의 다양한 특성에서 모두 우수한 효과를 내지는 못했던 종래의 기술에 비하여 위 모든 특성에서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효과가 선행발명과는 질적으로 다른 효과라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사건이라 하겠다.

Ⅳ. 마무리

위와 같은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고가 침해 사건의 큰 두 가지 다툼 중 하나인 권리범위 속부에 관한 쟁점을 신속히 다툼 없는 사실로 정리하여 쟁점을 단순화함과 동시에, 실험에 의한 효과 입증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한 빠른 판단을 바탕으로 소송 초기에 실험을 통한 입증계획을 재판부에 밝힘으로써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실험에 대한 재판부의 허락을 받아 유리한 실험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고, 상대방의 비교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실험방법의 기초가 된 청구범위 해석의 적정성을 탄핵함으로써 재판부가 피고의 해당 실험결과를 취신하지 않도록 한 원고의 소송전략이 주효하였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