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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 및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의 자유실시기술 항변에 관하여
변리사 김정태

1. 권리범위확인심판제도

가. 의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이란 제3자의 실시발명이 특허권자의 특허권 보호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심판절차에서 공적으로 확인받는 것을 말한다. 즉,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는 자신의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특허법 제135조 제1항), 이해관계인은 타인의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특허권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동조 제2항).

나. 제도적 취지
권리범위확인심판제도는 특허권을 둘러싼 당사자 간의 분쟁에 있어서 기술전문가로 구성된 심판관합의체에 의하여 미리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확인받아 둠으로써 복잡한 소송절차에 앞서서 권리침해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다. 절차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인은, 특허권 존속 중,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 및 필요한 도면을 첨부하여 심판청구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때, 확인대상발명은 당해 특허발명과 서로 대비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라. 법적효력
대법원은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와 관련된 다른 권리범위확인심판사건 등의 확정 심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나,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관련 권리범위확인심판사건 등의 확정 심결에서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대법원 2002. 1. 11. 선고 99다59320 판결)하고 있다. 다시 말해, 권리범위확인심판 확정심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허 침해소송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나, 특허 침해소송에 법적 기속력까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다. 


2.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문언침해에 대한 자유실시기술의 항변이 인정되는지 여부

가. 쟁점 
특허권자가 상대방에게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경우, 상대방이 자신이 실시하는 기술은 특허출원 전부터 이미 공지된 기술(선행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을 하며 방어를 할 수 있고, 이를 강학상 자유기술의 항변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유기술의 항변은 독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일본을 경유하여 우리 실무상 정착된 이론이다. 그런데, 독일연방대법원은 Formstein(Moulded Curbstone) 판결에서 균등침해와 관련한 소극적 요건의 하나로서 위 항변을 인정하면서, 문헌침해의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에서도, 균등침해뿐만 아니라 문언침해(literal infringement)의 경우에도 자유기술의 항변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특허법원의 판단 (특허법원 2016. 1. 15. 선고 2015허4019 판결)
특허법원은 “자유실시기술의 법리는 특허발명이 애당초 특허를 받을 수 없었던 부분까지 균등론을 적용하여 권리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므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 전부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문언침해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설시하며, “이 사건 확인대상발명이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성을 모두 그대로 포함하여 그 권리범위를 문언침해하고 있어서 자유실시기술의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이에 대해 대법원은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확인대상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자유실시기술로서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특허발명의 무효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고 확인대상발명을 공지기술과 대비하여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결정함으로써 신속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실시기술 법리의 본질, 기능, 대비하는 대상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리는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대상발명이 결과적으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나타난 모든 구성요소와 그 유기적 결합관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른바 문언침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시하여, 특허법원의 판단과 달리 문언침해에도 자유실시기술의 항변이 인정된다고 하며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하였다. 

라. 검토
대법원 판결은, 자유실시기술 항변의 독자적인 존재 이유를 밝히며, 이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포함한 특허권 침해 여부 판단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리로서, 특히 이는 균등침해뿐만 아니라, 문언침해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특허무효절차와 침해절차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독일의 실무와 달리,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침해소송에서 진보성과 관련된 특허무효를 이유로 하는 권리남용의 항변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무에서, 과연 자유기술의 항변을 인정할 실익이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대법원 2014. 3. 20. 선고 2012후4162 전원합의체 판결은 침해사건과 달리 권리범위확인 사건에서는 권리범위 속부 판단에 선행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를 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한 점에서 권리범위확인 사건에서는 여전히 자유기술의 항변을 인정할 실익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실익을 확인하고 받아들인 판결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