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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WIRED PLANET v. HUAWEI TECHNOLOGIES 영국대법원 판결이 전세계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에 주는 파급 효과
미국변호사 김헌준

미국의 특허관리전문기업인 언와이어드는 에릭슨으로부터 무선 관련 특허 수백 건을 넘겨받고 2014년 중국의 화웨이, ZTE 및 구글과 삼성을 상대로 LTE 표준필수특허 관련해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으며 영국의 1심법원은 언와이어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1심 판결로 인해 구글과 삼성은 합의를 했지만 중국기업들은 항소를 하며 분쟁을 계속했다. 2017년 4월에 2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High Court)은 FRAND 조건 실시료를 지불하는 것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화웨이에 대하여 침해금지명령 청구를 내릴 수 있다고 판시했고, 2017년 6월에는 표준필수특허 관련해서 실시료율을 정하는 기준을 세웠다. 

이에 대해 화웨이와 ZTE는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영국 대법원에 상고하였지만 2020년 8월 26일에 영국 대법원은 화웨이와 ZTE의 상고를 기각하고,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조건을 따르지 않은 화웨이와 ZTE에 대하여 침해금지명령을 집행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로 인해 특허괴물이라고 불리웠던 특허관리전문기업인 언와이어드는 큰 승리를 거두게 되었고 표준특허에 대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전세계 특허라이선스에 대한 영국법원의 관할권행사로 인해 우려를 자아내게 되었다.  

영국 대법원은 관할권(Jurisdiction), 적합한 재판지(Suitable forum), 특허실시료의 비차별(non-discrimination), 특허권자의 남용(abuse of dominant position by patent owners), 침해구제명령의 집행 또는 구제에 대해 판시를 했다.  이하에서 상기 쟁점 중 관할권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한다. 

1심 법원은 화웨이가 언와이어드의 EP2229744B(UK) 및 EP1230818B(UK) 영국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언와이어드는 침해를 당한 영국특허 뿐만 아니라 언와이어드의 전세계 특허포트폴리오에 대해서도 화웨이가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국 대법원은 영국 법원이 영국 표준필수특허 뿐만 아니라 전세계 표준필수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검토한 뒤, 결론적으로 전세계 표준필수특허 포트폴리오의 라이선스를 거부하는 화웨이에 대하여 침해금지명령을 집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라이선스 실시료율도 판단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영국은 자사의 무선통신 사업에 고작 1% 밖에 안되고 75%의 사업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 중국에서 언와이어드와 화웨이간 소송이 따로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영국법원은 영국특허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하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특허에 대해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각 특허가 유효한지도 모르기 때문에 라이선스나 실시료율 또한 해당 특허권의 국가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상업적 계약을 맺게 되는 경우 그 계약이 포함하고 있는 각 권리들이 정확하게 유효한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세계 특허라이선스 계약 또한 모든 특허가 유효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실시료율을 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계약 체결 시 그러한 사항을 알고 체결하면서 분쟁 시에는 같은 이유로 법원이 판단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세계 특허포트폴리오에서 어느 특정 특허의 유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체 로열티에서 해당 특허에 해당하는 로열티 금액을 낮춰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때문에 이 사항은 FRAND 라이선스 조정 조건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추가적으로 대법원은 전문감정인의 증언을 통해 중국법에 따르면 양측이 사전에 전세계 특허라이선스에 대해 판단할 권한을 중국법원에 주기 전에는 중국법원은 판단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결국 화웨이는 영국법원보다 더 적합한 재판지(suitable forum)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추가로 법원이 고려한 것은 특허권자 또는 특허관리전문회사에 특허관리를 의뢰한 회사들은 자사의 특허포트폴리오들이 침해소송을 제소한 지역에서 판단되길 원하지 단지 피고가 더 적절한 재판지가 있다고 해서 강제로 다른 국가 법원에서 판단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화웨이는 특허관리전문회사인 언와이어드는 실시료를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영국법원은 손해배상에 대해서만 판결하면 되지 침해금지명령까지 내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특허권자가 적절한 실시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는 침해금지명령을 통한 압력행사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결론적으로 영국 대법원은 언와이어드의 전세계 특허포트폴리오에 대해 라이선스를 받기 원하지 않는 화웨이에 대하여 영국법원이 FRAND 침해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과 라이선스 조건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충분히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해 앞으로 미국, 중국, 그리고 다른 유럽국가의 법원도 자국의 특허권뿐만 아니라 타국의 특허권에 대한 판단 및 침해금지명령을 행사할 근거를 마련하게 되어 특허권자와 기업간에 엇갈린 반응을 불러왔다.  전세계 특허포트폴리오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관련 분쟁은 통상적으로 중재법원에서 진행된 뒤 각 국가의 법원에서 집행되었는데 이번 영국 대법원의 관할권 행사로 인해 다른 국가의 법원도 비슷하게 관할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특허권자와 기업간에 유리한 국가의 법원에서 서로 먼저 제소하려고 하는 포럼쇼핑(forum shopping) 문제를 야기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위와 같이 어떤 특정 국가의 법원이 기존에 정립된 국제적인 분쟁절차를 무시하고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에 단지 최상위 도메인 등록기관인 베리사인(Verisign)이 버지니아주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법원이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규정(UDRP)에서 정한 분쟁절차를 무시하고 관할권을 행사해서 대물소송으로 사이버 스쿼터로부터 도메인을 압류해서 이전한 바 있다. 사이버 스쿼터들은 대부분 개인이고 사회적으로 받는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미국 버지니아 법원의 월권적인 행위가 비난받고 있지는 않지만, 기업을 상대로 전세계 특허라이선스의 로열티율을 정하고 강제로 라이선스를 받게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계속 나온다면 전세계적으로 어떤 반응이 나올 지 궁금하다. 

이 사건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아 좀 더 예상 가능하고 국가간 상호주의를 침범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