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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O/IEA 보고서에 나타난 배터리 개발의 시사점 10가지
변리사 정우혁

유럽특허청(EPO)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함께 배터리에 대한 특허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휴대용 기기와 전기차(EV)가 상용화되면서 그 동력원인 배터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배터리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 보고서는 2000년대에 출원된 배터리 관련 특허출원에 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준다. 특히, 본 보고서의 기본 데이터는 2개국 이상 출원된 패밀리 특허(international patent families, IPF)만 대상으로 하고 1개국에만 출원된 특허들은 배제하여 통계적인 신뢰도가 높다. 이런 방법으로 최근 출원이 급증한 중국 특허로 야기될 수 있는 통계 오류를 차단했다. 보고서 내용 중 주목할만한 시사점들을 추려서 아래에 10가지로 정리한다.
 

1. 출원증가율에 있어서 에너지 저장 관련 출원은 일반 출원의 3.5배이다.

아래 그래프는 2000-2018년의 전세계 출원의 공개건수를 나타낸다. 여기서, 짙은 청색에너지 저장 관련 출원을 나타내고, 옅은 청색일반 출원을 나타낸다. 일반 출원의 출원 증가율이 2000년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한데 비해 에너지 저장 관련 출원은 무려 7배 정도 증가했다. 더욱이, 2017년부터 에너지 저장 출원은 J자를 그리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중이다. 특히, 에너지 저장 관련 출원은 2005년 이후부터 급증한 이후 연평균 14%의 증가율을 나타내어 3.5%에 불과한 일반 출원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휴대용 기기의 수요 증가에 힘입은 바 크지만, 최근에는 전기차의 대중화로 좀더 가속도가 붙고 있어서 향후에도 이러한 급증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 배터리 출원은 여전히 일본이 앞서 있다. 그러나…

아래 그래프는 2010-2018년의 주요국의 배터리 출원의 공개건수를 나타낸다. 여기서, 짙은 청색일본, 중간 청색한국, 적색유럽, 흑색미국, 옅은 청색중국을 나타낸다. 일본은 2018년에 공개된 배터리 출원의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출원수가 압도적이다. 그래프 기울기를 보면 한국은 2010-2011년을 거치면서 미국, 유럽, 중국을 추월했다. 최근에는 중국 출원이 미국 출원을 앞질렀고 곧이어 유럽 출원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배터리와 전기차를 함께 제조하는 BYD 등에 의해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여 특허출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2%에 불과할 정도로 그 시장이 작아 출원이 시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출원이 앞으로 크게 증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 한국은 타국에 비해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아래 그래프는 2014-2018년의 배터리 기술의 국가별 현시기술우위지수(revealed technology advantage, RTA)를 나타낸다. 아래의 현시기술우위지수 그래프는 (한국의 전체 배터리 출원수)/(전세계 배터리 출원수)를 (한국의 전체출원수)/(전세계 출원수)로 나눈 값이다. 즉, 이 값이 1이 넘으면 전체 출원 비율에 비해 배터리 출원 비율이 높아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각국을 비교한 결과, RTA에 있어서 한국이 2.2, 일본이 1.7로서 1을 넘고 독일은 딱 1이다. 원래 독일은 2000-2013년에는 RTA가 0.7이었으나, 2014-2018년에는 RTA가 1로서 R&D가 많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중국, 미국, 및 유럽은 각각 0.8, 0.6, 0.6으로서 1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매우 높은 RTA를 보이고 있으므로, 배터리 분야에 연구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터리 산업이 반도체 산업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동력이라는 의견이 RTA로 입증된다.

 

4. 신규 업체의 배터리 시장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주요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배터리 출원점유율 상위 1개사, 3개사, 5개사, 10개사, 25개사, 50개사의 각각 2000-2009년(진한 청색) 및 2014-2018년(밝은 청색)의 출원 집중도를 나타낸다. 상위 10개사들의 배터리 출원점유율은 과거와 현재 동일하게 33%였지만, 상위 25개사 및 50개사로 확대해보면 과거에 비해 이들의 현재 출원 점유율이 각각 45%, 54%로 소폭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상위 50개사가 50%가 넘는 배터리 점유율을 기록해 일부 기업들에 의해 배터리 산업의 독식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상위 1개사, 3개사, 5개사의 현재 출원 점유율은 과거에 비해 다소 낮아져서 주요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배터리팩의 출원수가 배터리셀의 출원수를 앞질러 배터리 기술의 성숙을 암시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2000-2018년의 배터리셀 관련 출원의 공개건수를 나타낸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리튬이온, 기타 화합물, 셀 제조 공정, 셀 구조 설계에 대한 출원 변화를 나타낸다. 여기서, 리튬이온과 기타 화합물은 배터리셀 기술과 관련되고, 셀 제조 공정과 셀 구조 설계는 배터리셀들이 모여서 결합한 배터리팩과 관련된다. 배터리셀에 대한 출원 증가와 함께 리튬 배터리가 대중화되면서 그 가격은 1995년 이후 90% 정도 하락했다. 또한,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의 가격도 2010년 이후 90% 정도 하락했다. 이러한 가격 하락에 셀 제조 공정이 크게 기여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셀 제조 공정의 출원수도 3배 이상 증가하였다. 특히, 2018년에는 배터리팩(셀 제조 공정+셀 구조 설계)의 출원 점유율이 49%로서 배터리셀의 출원 점유율(43%)을 넘어섰다. 이는 배터리 기술이 성숙되면서 기초 기술을 넘어서 시장 수요에 맞춘 기초 기술의 전달 최적화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배터리셀 기술 개발이 필요하나 단기적으로는 배터리팩의 양산 기술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6. 배터리팩 기술은 휴대용 기기, 전기차, 고정형 기기의 상호 호환성이 우수하다.

2000-2018년의 배터리팩 출원들에 대해 아래의 왼쪽 그래프는 출원의 연도별 공개건수를 나타내고, 우측은 각 배터리팩 출원의 중복 정도를 나타낸다. 여기서, 짙은 청색휴대용 기기 배터리팩, 중간 청색고정형 기기 배터리팩옅은 청색전기차 배터리팩을 나타낸다. 배터리팩의 출원은 배터리셀이 실제로 산업에 적용되어 상용화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즉, 아래의 왼쪽 그래프에서 휴대용 기기 배터리팩 출원의 급증 시점은 2005년경으로 스마트폰의 출현 시기와 맞물려 있고, 전기차 배터리팩 출원의 급증 시점은 2012년경으로 전기차의 출현 시기와 맞물려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 배터리팩들간의 상호 호환성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즉, 아래의 오른쪽 그래프에서 휴대용 기기의 배터리팩 출원 중 13%[=(4.7+1.1+0.2)/(38.6+4.7+1.1+0.2)], 전기차의 배터리팩 출원 중 22%[=(4.7+1.1+6.5)/(42.5+4.7+1.1+6.5)], 고정형 기기의 배터리팩 출원 중 91%[=(0.2+1.1+6.5)/(0.8+0.2+1.1+6.5)]가 중첩되는 기술일 정도로 배터리팩의 기술 호환성은 우수하다. 즉, 배터리팩에 있어서 휴대용 기기 → 전기차 → 고정형 기기로 기술적인 전이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특히, 전기차 배터리팩과 고정형 기기의 배터리팩의 공유특허비율은 6.5%로 높아서 전기차 배터리팩 기술을 개발만 하면 고정형 기기의 배터리팩 기술 확보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7.  주요업체의 주력 분야가 배터리 부품별로 다르다.

아래의 표는 2014-2018년의 리튬 이온 배터리 출원의 상위 15개사를 그 부품별로 나타낸다. 도요타는 고상 전해질에 출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액체 전해질을 전기차용 배터리에 적용하는 경우, 화재 등의 폭발 위험이 있어서 액체 전해질을 고상 전해질로 변경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도시바는 음극재로서 LTO 관련 출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는 도시바가 LTO 음극재를 최초로 상용화한 것에 기인한다. 한편, 삼성은 양극재로서 NCA(NCMA에도 집중), 음극재로서 실리콘계 복합체(Si-Cr계)에 대한 출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 양극재 및 음극재는 Tesla가 개발하려는 배터리 소재와 일치한다.

 

8.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리튬 배터리 소재도 변화한다.

아래의 좌측 그래프 및 우측 그래프는 각각 2000-2018년의 리튬 배터리의 양극재 및 음극재의 연도별 출원의 공개건수 변화를 나타낸다. 10년전에 등장한 전기차는 휴대용 기기와 동일하게 LCO와 LMO를 양극재로서 사용하였다. 이는 양극재로서 LCO와 LMO를 사용하여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질량당 에너지, 내구성, 파워 출력, 충방전 속도, 재활용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였고, 이에 부합하는 NMC가 이들 소재를 대체하여 그 출원 증가율이 2009-2018년 사이에 400%에 달하였다. 한편, 양극재로서 NCA는 NMC와 그 유사한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NMC에 눌려 그동안 그 출원이 적은 편이었으나 최근 들어 NMC내 망간 용출 개선용 대체 소재로서 각광받고, NCM내 Al의 함량을 늘린 NCMA와 함께 Panasonic과 Tesla가 사용하면서 그 출원이 증가하고 있다.

한편, 음극재로서 저가, 접근성, 우수한 전기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던 흑연은 낮은 리튬 인터칼레이션 용량 등의 한계로 인해 LiAl 또는 LiSi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으나 근시일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신해 Si-C계 복합계 또는 SiOx계 복합계 소재가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은 아래의 우측 그래프에서 최근 음극재로서 흑연 출원이 감소하는 반면에 Si-C계, SiOx계 복합계 및 리튬 합금 출원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9. 대학교와 공공연구소는 양극재로서 LFP, 음극재로서 리튬계 합금에 출원 비중이 높다.

아래 그래프는 2014-2018년의 리튬 배터리의 소재 출원 분야를 출원인 유형별로 나타낸다. 짙은 청색대학/공공연(UNI/PRO), 중간 청색대기업옅은 청색중소기업(SMEs)을 의미한다. 대학과 공공연은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나 전도 유망한 기술에 R&D를 집중한다는 점에서 미래 소재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대학과 공공연은 양극재로서 LFP(21%), 음극재로서 리튬계 합금(23%)에 대한 출원이 다른 소재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즉, 단순한 LFP 제조기술보다는 층상계, 올리빈계 소재 복합계 및 이종의 구조 코팅 등의 특허가 많다. 한편, 중소기업은 양극재로서 NCA(20%)에 대한 출원 비중이 다른 소재보다 높다. 현재 양극재로서 상용화된 LCO 및 LMO도 1990년대에 일본 대기업들이 배터리를 캠코더 등의 소비재에 접목해 상용화하기 전에  대학과 공공연이 연구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들 소재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서 봤던 것처럼 배터리팩의 호환성이 높기 때문에 배터리셀의 전도 유망한 소재를 대학과 공공연으로부터 확보만 할 수 있다면 향후 사업적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 미국과 유럽의 중소기업 및 대학/공공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2010-2018년의 배터리 출원 중 각국별 출원인 유형을 나타낸다. 즉, 줄기가 굵을수록 해당 출원인 유형의 출원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모두 대기업들이 출원을 주도하고 있어서 중소기업의 출원 비중은 각각 4.6% 및 3.4%, 대학/공공연의 출원 비중은 각각 9% 및 3.5%로 낮은 편이다. 즉, 한국과 일본에서는 주로 상용화 기술에 출원이 집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과 유럽은 중소기업과 대학/공공연의 출원 비중이 높다. 즉, 미국의 중소기업과 대학/공공연의 출원 비중은 각각 34.4% 및 13.8%에 달하고, 유럽의 중소기업과 대학/공공연의 출원 비중은 각각 15.9% 및 12.7%에 달한다. 대표적인 공공연구소인 미국의 ANL은 현재까지 층상계 및 스피닐계 양극재 특허를 다수 출원하고 있으며, 2000년대 초반의 ANL 특허들에 대해서는 BASF에 전용실시권이 설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유럽의 출원수가 한국과 일본의 출원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중소기업/대학/공공연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의 연구개발이 행해지는 점에서 배터리 기술의 난제를 해결 가능한 획기적인 기술이 여기서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출처: EPO/IEA 특허분석보고서  |  이미지 출처: EPO/IEA 특허분석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