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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의 타인과 출원인 중 누가 선사용상표에 관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9후10739 판결 【등록무효(상)】
변리사 김월랑

1.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폐사어 유기질 비료 공장을 준공하고 비료생산업 등록을 마친 후, 제1계약에서 소외인과 ‘폐사어 유기질 비료화 공장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인이 이 사건 공장을 이용하여 폐사어를 유기질 비료로 가공·생산하되, i) 매출관리와 그에 따른 입출금 거래는 원고가 원고 계좌로 하고, ii) 원고가 소외인에 대하여 제품 생산·포장디자인·판매·출하 등의 업무지도를 할 수 있으며, iii) 소외인은 원고의 요구가 있을 경우 품질검사를 받아 그 결과를 원고에게 통보하기로 하였다. 제1계약 이후 원고가 주최한 장터 행사에서 비료의 명칭이 “장보고”로 선정되었고, 당시 소외인이 이 명칭 개발 내지 선정 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그 후, 소외인은 출원인인 피고를 설립하고 피고는 원고와 제2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제1계약과는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원고의 피고에 대한 제품 생산•포장디자인•판매•출하 등의 업무지도권, 피고의 원고에 대한 품질검사 통보의무 등).

다. 피고는 이 사건 표장 “ ”를 2016년 9월 8일 ‘비료’ 등에 출원하여 2017년 3월 16일에 등록받았다. 이에 원고는 2018년 3월에 이 사건 등록상표가 피고의 권리가 아님에도 원고와의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여 출원되었다고 하여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를 주장하며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

심판원과 특허법원은 정당한 권원 없는 제3자가 계약관계 등에서 당사자 간에 지켜야 하는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되게 무단으로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의 취지를 고려하였다.
즉, 원고가 이 사건 비료의 생산•판매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다거나 이 사건 표장을 선정•개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상품의 실질적인 생산·운영·판매를 담당하며, 자신의 비용으로 “장보고”라는 표장을 개발·선정하고 광고하며 처음 사용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는 출원인인 피고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이루어 진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 표장의 사용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이 피고에게 있다고 보고 출원과정이 사회적 타당성이 결여된 상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 원심 파기 환송

타인과 출원인 중 누가 선사용상표에 관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자인지는 타인과 출원인의 내부 관계, 선사용상표의 개발•선정•사용 경위, 선사용상표가 사용 중인 경우 그 사용을 통제하거나 선사용상표를 사용하는 상품의 성질 또는 품질을 관리하여 온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제1계약 및 제2계약의 내용으로 볼 때, 피고(출원인)는 원고의 지시와 관리하에 비료 가공•생산하는 업무를 위탁 받아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하고 계약의 법적 성격은 위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소외인이 “장보고” 명칭의 개발 내지 선정 업무를 담당하고 비료 제품의 판매•광고를 피고가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위임사무 처리로 한 행위이고, 계약상 원고는 피고에 대해 업무지도권이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품질검사 통보의무 등이 있으며, 비료의 제조•판매•광고 등의 영업이 모두 원고의 명의로 이루어져서 수요자는 비료의 출처를 원고로 인식할 수 밖에 없으므로, 상표의 사용 주체는 원고라고 보아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한다고 하여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4. 본 판결의 의의

본 대법원 판결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의 적용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
대법원은 출원인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서 실제로 자신이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계약 내용 및 사용태양으로 볼 때 포장지에 원고의 이름만 기재되어 있고, 수요자도 이를 통해 원고의 출처로 인식할 것이므로 상표에 대한 등록받을 수 있는 권리는 ‘타인’인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상표법의 목적이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 신용유지라는 사익 뿐만 아니라 수요자 보호라는 공익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사인간의 계약 내용 및 수요자의 출처혼동 방지를 위한 사용태양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